[인사이트]'공포'에 사고 '탐욕'에 판다?...'공포·탐욕지수'에 홀린 암호화폐시장
암화화폐 공포·탐욕지수가 저가매수·조정론 정당화
CNN비즈니스가 내는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는 미국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지수로 보여준다. 0(극단적 공포)과 100(극단적 탐욕) 사이에서 움직이는 지수는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 수요, 시장 모멘텀(상승동력), 시장 변동성, 안전자산 수요 등을 근거로 매긴다.
7일(현지시간) 현재 지수는 35를 기록 중이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지난주에는 '극단적 공포' 수준까지 추락했다.
불과 1개월 전에는 '극단적 탐욕' 수준인 85였다.
주목할 건 공포·탐욕지수가 시장에 '경고신호' 역할을 하기보다 주가 매수 또는 매도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이기 쉽다는 점이다. 지수에 반영된 '극단적 공포'는 시장 비관론이 과도하다는 의미로 풀이돼 저가 매수 주장의 근거가 된다. 반대로 '극단적 탐욕'은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판단에 따른 조정론을 뒷받침한다.
오미크론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공포·탐욕지수가 극단적 공포 영역으로 치닫자, 상당수 투자자들은 실제로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공포가 저가 매수 기회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하면서 탐욕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오미크론발 공포는 암호화폐시장도 뒤흔들었다. 시장 간판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일 하루 만에 21% 추락했다. 지난달 6만9000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고치에서 5만달러 아래로 밀렸다가 이날 간신히 5만달러 선을 회복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비트코인 팬들도 암호화폐판 공포·탐욕지수로 최근의 비트코인 급락세가 절호의 매수 기회라는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얼터너티브미'(alternative.me)라는 사이트가 최근 선보인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는 0(극단적 공포)과 100(극단적 탐욕) 사이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CNN비즈니스의 공포·탐욕지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변동성과 모멘텀 외에 소셜미디어와 구글 검색 통계 등에 나타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추세적인 움직임이 반영된다.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는 이날 현재 25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4일 25로 극단적 공포 영역에 들어온 지수는 전날 16까지 떨어졌다. 한 달 전에는 탐욕 영역인 73을 기록했다.
트로이 위퐁위 미국 윌리엄&메리대 블록체인 리서치랩 책임자는 비트코인 팬들은 이 지수와 상대적으로 낮은 비트코인 가격을 과매도 근거로 풀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해 달나라까지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터키의 대학 강사인 알리 이마즈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가 시장 투자심리를 감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판다"고 덧붙였다.
위퐁위는 "궁극적으로 어떤 지표나 지수도 완벽하게 시장 움직임을 예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CNN비즈니스의 공포·탐욕지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좋은 종목을 저렴하게 매수해 장기간 보유하는 게 최선의 증시 투자전략이라는 점에서 특정 지수에 휘둘려 거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통계로 봐도 공포·탐욕지수에 근거한 투자 성과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