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슈퍼요트도 '친환경'..."'포뮬러E'를 보라"
슈퍼요트 타는 부자들 '엘리트오염유발자' 눈총 '죄책감' 덜기...정비업체 친환경 전략 등 주목 "요트가 해양 기후변화 대응 주도해야" 지적도
독일 지속가능성 싱크탱크 '핫오어쿨연구소'(hot or cool institute)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극단적인 생활방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어디에, 어떻게 살고 △뭘, 어떻게 먹으며 △뭘 타고 다니는지, 그야말로 일상을 바꿔야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엘리트 오염유발자'(polluter elite)들을 문제 삼았다. 전용제트기와 슈퍼요트 등을 즐기고, 화석연료 등에 투자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는 이들의 과도한 소비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소비와 탄소발자국의 불평등을 바로 잡아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엘리트 오염유발자'들이 눈총을 받았다. 주요국 지도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전용기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부자들도 '엘리트 오염유발자'로서 받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싼 취미를 포기할 수도 없다. 비판적인 시선과 죄책감을 덜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27일 슈퍼요트시장에 부는 친환경 바람을 소개했다.
대당 최소 수십억원에 이르는 슈퍼요트시장은 팬데믹시대를 맞아 호황이 한창이라고 한다. 슈퍼요트그룹에 따르면 2025년까지 600대가 넘는 대형 요트가 글로벌 선단에 합류할 전망이다.
◇항해 말고 정비만이라도 '그린'
세계 최대 요트 정비업체 MB92그룹의 페페 가르시아-오베르트 대표는 "우리 사업은 순전히 레저일 뿐, 필수적인 게 아니라서 가능한 한 지속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대형선박을 탄소배출량 제로(0) 상태로 운항할 수는 없지만, 정비 등을 통해서는 그나마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92도 변화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이 회사 조선소는 완전 전기화했기 때문에 요트들은 대개 정박하는 동안 디젤엔진을 꺼둘 수 있다고 한다. 가르시아-오베르트 대표는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쓴다고 했다.
MB92는 요트에 페인트칠을 할 때도 배를 바다에 띄우지 않고, 육상에서 작업한다. 배를 끌어와야 하는 만큼 비용은 더 들지만, 해양오염을 줄일 수 있다. MB92는 4500만유로(약 607억원)를 들여 4800톤을 들어올릴 수 있는 거중기를 도입했다.
육상 페인트 작업은 흰 플라스틱 천막에서 진행한다. 미세입자로 인한 공기오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마크 허바스 MB92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플라스틱 구조물을 제거하는 게 가장 어려운 작업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대학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허바스는 "목재와 금속을 재활용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만,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건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발화지연제 같은 화학물질 탓이라고 한다.
MB92그룹은 이런 모든 플라스틱을 알루미늄으로 교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알루미늄은 충분히 유연하고, 재활용도 쉽다. 이 회사는 홍합을 이용해 항구 인근 해역에 흘러든 기름이나 유기 오염물을 거르고, 해양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드론을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슈퍼요트도 '포뮬러E'처럼?
MB92는 요트 주인들의 몫도 남겨 놨다. 이들이 요트 운항에 따른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도록 해저 생태계 복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일련의 행보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요트 주인들의 기여가 그들의 오염분을 실제로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요트업계와 함께 해양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비정부단체인 워터레볼루션파운데이션의 비엔나 엘뤼테리 설립자는 요트를 "전략적 틈새"(strategic niche)라고 봤다. 요트 주인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단이 있고, 나머지 해양 부문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요트산업은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산업으로, 해양 부문에 자동차업계의 '포뮬러1'처럼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의 전기엔진, 하이브리드 솔루션 등에 대한 연구를 주도한 포뮬러E처럼 슈퍼요트도 선박 부문에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뮬러1'(F1)은 부자들이 즐기는 고성능 슈퍼카들의 경주다. 역시 환경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안으로 부상한 전기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E'(FE)는 전기차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