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ESG 인플레이션
친환경 바람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인플레이션 부추겨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혁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린시펄글로벌인베스터스의 시마 샤흐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최신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지지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려 한다며최근 한창인 ESG 투자 바람을 상기시켰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한 환경에 대한 관심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의 '녹화'(greenification)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사람들이 간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샤흐에 따르면 대기업과 주요국이 환경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그는 ESG 가운데 특히 'E'(환경·environment)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일으키는 인플레이션을 'en-flation'이라고 구별지었다. 인플레이션의 영문표기(inflation) 머리글자를 'e'로 바꾼 것이다.
샤흐는 23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전망에서 'E'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중앙은행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연준도 결국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경운동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환경은 비용"...'En-flation'이 온다
샤흐는 기후변화 위기가 불러일으킨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기업들이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서다.
한 예로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2030년까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를 공식 발표했다. EU는 여기서 탄소 배출은 곧 비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사는 식으로 초과 배출분에 대한 비용을 물도록 했다. 탄소배출권거래제(ETS)다.
패키지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담겼다. EU 회원국들이 수입하는 제품 가운데 역내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이른바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조치다.
아울러 기업들은 친환경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샤흐는 일련의 비용은 지구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기업과 소비자 가운데 누군가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기업들이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실적 악화로 주주들 역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샤흐는 기후변화 대응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샤흐의 견해에 공감했다.
세바스티엔 게일리 노르디아 자산운용 선임 거시 전략가는 최신 보고서에서 ESG 비용과 원유·천연가스의 공급난을 이유로 기대인플레이션이 향후 10년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필 올랜도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 수석 증시 전략가는 CNN비즈니스에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을 진정시키는 데 계속 고전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추가됐다며, ESG 혁명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번 인플레이션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진단과 달리 일시적인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랜도는 기업들이 계속 환경을 위한 투자를 늘리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기준금리를 내년에 두 차례, 2023년에는 네 차례 더 올려야 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