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파월2.0'...안도와 불안 사이
바이든, 파월 연준 의장 재지명...통화정책 안정 기대 내년 금리인상 전망 강화...역대급 인플레이션은 숙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차기 의장으로 재지명했다. 파월의 자리를 넘봤던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부의장으로 낙점했다.
이 소식에 미국 뉴욕증시는 오락가락했다. 초반엔 강세를 보였지만, 결국 다우지수만 0.05% 오르고 S&P500(-0.32%), 나스닥(-1.26%)은 내렸다. 안도감과 불안감이 교차한 탓이다.
우선 차기 연준 의장이 누가 되느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힌 건 더없이 좋은 호재로 작용했다. 파월이 일관성을 갖고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원래 파월의 재임을 원했다.
반면 브레이너드가 파월보다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이 짙다는 평가는 연준이 이미 예고한 통화긴축과 관련해 아쉬움을 남겼다. 브레이너드라면 통화긴축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위협은 일시적이라는 파월의 입장도 시장의 우려를 자극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파월이 풀어야 할 숙제다.
어찌됐든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을 재지명한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 파월의 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고, 민주당 진보 진영 일각의 반대가 있지만, 파월이 속한 공화당의 지지로 상원 인준을 통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민주당원인 브레이너드를 의장으로 지명했다면 인준 과정에서 갈등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바이든의 결정은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피하고 초당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스티브 블리츠 TS롬바르드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브레이너드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지 않은 것은 의회와 충돌하려 하지 않으려 했다는 의미"라며 "파월 의장 연임은 큰 논란 없이 양당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금리인상 전망 세졌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파월 2.0' 시대의 통화정책 향방인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어낼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느리지만 꾸준한 연준의 통화긴축을 전망했다.
파월의 재지명 소식이 발표된 뒤 유로선물 선물시장은 내년 세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리인상 기대를 반영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 은행주 대표지수인 KBW은행지수 1.8% 뛴 것도 금리인상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이크 메이요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이날 발표가 내년 금리인상 기대감을 강화시켰다며, 이는 은행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단기금리 상승이 은행 실적을 띄어 올리기 때문이다.
연준은 최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달 중에 월간 150억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6월이면 테이퍼링, 궁극적으로는 양적완화가 완전히 끝난다. 테이퍼링은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췄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첫 단계로 금리인상의 예고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