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라이프]'억만장자 경제' 대호황...전용제트기도 공급난

제트기, 고급맨션, 요트, 수집품 수요 급증세...정점 임박 신호도

2021-11-20     김태연 기자
사진=픽사베이

"이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다."

미국 자가용 제트기 관리 플랫폼 마이스카이의 공동 설립자인 크리스토퍼 마리치가 20일 블룸버그에 한 말이다. 그는 전용 제트기 인기 모델 구매 경쟁률이 보통 2, 3대 1이라고 전했다. 자가용 제트기시장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제트기뿐 아니라 고급 맨션, 요트, 수집품 시장의 수요가 이미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며, '억만장자 경제'(billionaires economy)가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트 전문지 슈퍼요트타임스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전 세계에서 팔린 슈퍼 요트는 52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새 요트였다.

고급 주택시장 거래도 활발하다. 세계적인 벤처 투자자인 마크 안드리센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 있는 고급 주택과 부동산을 1억7700만달러(약 2106억원)에 사들였다. 캘리포니아주 주택 거래액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고급 부동산·요트·제트기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밀리언플러스의 폴 웰치 설립자는 "세상의 진짜 부자들이 뭔가 하고 싶어 다시 여행에 나선 듯 하다"며 "부동산을 사려고 인도네시아, 캐나다, 홍콩 등지에서 영국 런던으로 온 이들과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억만장자 경제' 호황..."富가 富를 늘렸다" 

고급 맨션이나 요트, 전용 제트기 등에 대한 부자들의 수요가 늘어난 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대저택에 살거나 전용 요트나 제트기로 이동하면 외부와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윤택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블룸버그는 억만장자 경제의 핵심 원동력은 급격히 불어난 부자들의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천문학적인 자금이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의 호황으로 이어지면서 부자들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세계 500대 부자들은 올 들어 10월까지 순자산을 1조2000억달러 늘렸다.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만든 초저금리 환경도 부자들의 쇼핑 욕구를 자극했다. 영국 금융기술기업 NEX그룹 설립자인 마이클 스펜서는 올해 4500만달러짜리 전용제트기(봄바디어 글로벌 5500)를 구매했는데,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를 통한 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건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올해 연장한 자산담보부 대출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도 부자들의 쇼핑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부자증세, 통화긴축, 기후변화...역풍도

최근에는 억만장자 경제의 호황이 정점을 지나 곧 꺾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빈부격차에 대한 반감은 정치권의 부자증세 논의를 부추기고 있고, 중앙은행들도 하나둘 경기부양 기조를 접고 통화긴축에 나설 태세다. 

고출력 자동차와 제트기 같은 부자들의 장난감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주요국 지도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전용기를 타고 온 데 대해 비판이 있었다. 

유럽 청정 교통수단 옹호단체인 T&E는 자가용 제트기가 상업용 제트여객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