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글로벌 기업들이 코발트 없는 배터리에 꽂힌 이유

2021-11-18     김태연 기자
사진=위키미디어

"배터리에서 코발트 비중을 최대한 낮춰라. 최선은 코발트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이다."

글로벌 전자업계와 전기차업계에서 코발트 없는 배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변동성이 큰 코발트 가격이 최근 급등세인 데다, 수급 불안 우려가 큰 탓이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 흔히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은 물론 니켈, 알루미늄, 철, 망간, 코발트 등 여러 광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장 비싼 게 바로 코발트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17일(현지시간) 코발트 가격이 최근 4년 동안 다른 모든 배터리 광물의 가격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3개월물 코발트 선물가격은 이날 톤당 6만1550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저점인 2만6000달러 선에서 2배 넘게 올랐다.

치베즈 아만추쿠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대량 전기화가 일어나면서 코발트를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서가 짙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CNBC는 삼성전자, 파나소닉, 테슬라 등이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코발트 선물가격 추이(톤당 달러)/자료=영국 런던금속거래소

코발트 가격은 최근의 급등세도 문제지만,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크기로 악명이 높다. 이는 코발트의 태생 탓이다. 코발트는 보통 니켈과 구리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한다. 때문에 니켈과 구리의 수요와 가격이 코발트 생산을 좌우한다. 코발트를 채굴하고, 정제할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다.

배터리 등급 코발트의 주산지는 콩고민주공화국인데, 현지 생산 과정에서 아동 노동 착취를 비롯한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건 콩고 광업 부문의 약 7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국은 코발트 정제 산업의 80% 이상을 손에 쥐고 있다. 코발트는 정제 과정을 통해 전기차 등에 쓸 수 있는 상업용 코발트로 거듭난다. 미·중 무역갈등이 여전한 만큼 코발트를 써야 하는 미국 기업들은 입지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코발트를 쓰지 않는 대체 배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코발트나 니켈을 쓰지 않는다. 에너지 저장용량이 작아 출력이 낮지만,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 최근에는 기술 개선이 이뤄지면서 테슬라와 포드, 폭스바겐 같은 기업들이 이미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쓰고 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LFP 배터리 역시 사실상 중국의 손아귀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기차 회사 BYD, 배터리업체 CATL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6월 낸 '리튬 배터리 국가 청사진 2021~2030'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배터리 제조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지원 목표 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