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인플레이션+강세장?...그랜덤 "이런 일은 없었다"
"투자자들 연준 과신, 인플레이션 위협 100% 무시"
2021-11-12 김태연 기자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제레미 그랜덤이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미국 증시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과신한 채 인플레이션을 무시하고 있다며 역풍을 우려했다.
그랜덤은 지난 10일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며 "지금까지의 강세장은 모두 낮은 인플레이션을 수반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90년 이후 최고 수준(10월 전년동기대비 6.2%)이라면 증시를 초토화하고도 남았을텐데도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연준을 과신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인플레이션 위협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판단을 투자자들이 사실로 굳게 믿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 설립자인 그랜덤은 거품 경고를 일삼아온 가치투자의 전설이다. 그는 연준이 반복적으로 경기를 과잉 부양하면서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을 댕긴 부동산 거품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일어난 '밈주식'(meme stock) 광풍도 연준의 과잉 부양 탓이라는 지적이다.
그랜덤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재임 1979~87) 이후 연준이 바른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연준은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요즘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100% 무시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올 들어 24%. 1년 새 32%가량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