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뉴욕은 웃고, 글래스고는 울었다...리비안 '대박 상장'의 그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데뷔했다. 이날 나스닥시장 첫 거래에서 이 회사 주가는 공모가 대비 29% 오른 100.73달러를 기록했다. 공모가는 지난주 리비안이 기대한 목표치 중간값보다 31% 높았다.
대성공이다. 리비안은 지난 9월 픽업트럭을 처음 출시한 이후 10월 말 현재 불과 156대를 시중에 풀었을 뿐이다. 그나마 대부분이 회사 직원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비안은 1000억달러에 이르는 시가총액을 끌어모았다. 미국 간판 자동차회사들, 포드나 제너럴모터스(GM)를 12년차 스타트업이 압도했다.
물론 포드나 GM 같은 전통 강호들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회사 규모를 셈할 때 시총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리비안의 '블록버스터급' 기업공개(IPO)는 전기차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광이 테슬라와 이 회사 수장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것만이 아님을 똑똑이 보여줬다. 적어도 시장은 전기차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전기차가 환영받지 못했다. 의장국인 영국은 이날 204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계적 퇴출 선언에 대한 지지를 모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지지 서명을 거부했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는 포드, GM,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이 서명했을 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래스고의 실패 배경으로 각국 정부의 정치역학과 기업들의 경영전략을 문제 삼았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전기차 인프라 확충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고, 독일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은 독일 북부 본사 인근에 전기차 생산시설을 마련해 독일 수도 베를린 근교 새 공장 가동을 예고한 테슬라에 맞설 태세라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선언에 발이 묶이길 바라지 않는다는 얘기다.
탄소배출 제로(0)를 위한 전기차 전환을 둘러싼 논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전기차 기술은 이미 운송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정책당국과 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최근 논의가 전기차의 단점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결국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발전에 의존(충전)해야 하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다.
독일 자동차회사 BMW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현재 자사가 취하고 있는 대책이 없으면 2030년에는 공급망 내 탄소배출량이 2009년보다 오히려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글래스고 선언도 첫머리에는 "우리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량 제로 운송수단으로의 급격한 전환을 약속한다"면서도 각주를 통해 "배출량 제로 자동차는 배기관에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를 모른 체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