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브레이너드 연준 의장?..."겁먹을 이유는 없다"
내년 2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임기 만료 '금융규제 강화론자' 브레이너드 뜨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수장 인선 결과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재임을 최상의 카드로 보지만,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쫓기는 파월...중간에 말(馬)을 바꾸면 안 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베팅 사이트 프리딕트잇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차기 연준 의장은 단연 파월이다. 그의 재임 가능성이 69%, 브레이너드가 새 연준 의장이 될 확률은 30%를 각각 나타냈다.
주목할 건 브레이너드가 지난 4일 14%를 저점으로 가능성을 두 배 넘게 끌어올린 데 비해 파월은 지난 5일 고점인 86%에서 17%포인트나 점수를 잃었다는 점이다. 브레이너드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차기 연준 의장 인선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파월의 재임을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쓴 사설에서 "도중에 말(馬)을 바꿔선 안 된다"며 파월 의장이 두 번째 임기를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그래도 경제적 불확실성이 엄청난 시점에 파월 의장이 자리를 지켜야 그나마 기업과 투자자들이 한 측면에서라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준은 이달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 이른바 테이퍼링을 시작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동을 걸기로 했다. 내년 중반께 테이퍼링을 마치면 금리인상에도 나서야 한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연준이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터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통화부양을 이끌어온 파월이 통화정책 정상화 역시 주도하는 게 안정적이라는 게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들의 중론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초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뽑은 공화당 인사인 파월의 자리를 지켜준 것도 결국 안정을 위한 선택이었다. 파월 의장이 팬데믹 사태 대응에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금융규제에 느슨한 파월의 태도를 비판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러드 브라운 의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을 지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워런 의원은 지난 9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파월을 두고 "연준의 수장을 맡기엔 '위험한 사람'(dangerous man)"이라며 재지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런은 파월이 임기 중에 탈규제를 지지하며 은행시스템의 금융안정성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역시 트럼프의 지명을 받은 랜달 퀄스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지난 8일 사임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금융규제 완화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뜨는 브레이너드...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지명 '타협설'도
바이든이 새 정부 초대 재무장관 후보로 검토했던 브레이너드 이사는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해박하고, 연준 내에서 금융산업 규제에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내왔다.
한 예로 그는 지난달 연준의 은행 유동성 요건 완화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은행권이 충분한 완충자본을 확보해두지 않으면 위기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험을 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월가에 대한 감시 강화를 주장하는 단체인 '베터마켓'(Better Markets)은 지난 7월 낸 보고서에서 연준의 규제 관련 투표에서 다수에게 반대표를 던지는 보기 드문 인사라며 브레이너드에게 찬사를 보냈다. 워런을 비롯해 금융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민주당 내 진보진영 의원들도 브레이너드를 지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브레이너드가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파월을 압도하기엔 아직 격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 브레이너드가 끝내 파월을 제치고 연준 수장이 돼도 연준의 핵심인 통화정책 운용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통화정책에서는 브레이너드가 파월보다 오히려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이 더 강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통화긴축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에게 두 번째 임기를 보장하고, 브레이너드를 퀄스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자리에 앉히는 게 타협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 민주당 진보진영의 금융규제 강화 요구와 시장의 통화정책 안정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