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너도나도 "1.5도 사수"...'1.5도'가 중요한 이유
英글래스고 COP26 회의장 안팎서 '1.5도 사수' 구호 기후재앙 막기 위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 제한선
'1.5도 사수'(1.5 to stay alive)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가 한창인 영국 글래스고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구호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해야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COP26을 이끌 알록 샤르마 의장은 회의 첫날 1.5라는 숫자가 이번 회의에서 대단히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회의장 밖에서 주요국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환경단체들도 하나 같이 '1.5도 사수'를 핵심 구호로 삼고 있다.
전 세계 190여개국이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했을 때만 해도 '1.5도'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파리협정이 산업혁명 이후 2100년까지 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한참 낮게, 이상적으로는 1.5도로 제한한다는 '느슨한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1.5도는 이후 과학자들의 여러 보고서를 통해 인류에 치명적인 기후변화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부상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낸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기온 상승폭을 2도가 아닌 1.5도로 제한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더위, 스모그, 감염병 등으로 인한 사망이나 질환을 줄일 수 있다.
▷물부족 피해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산호초 멸종을 막을 수 있다.
▷여름에도 북극의 해빙을 보존할 수 있다.
▷서남극 빙상을 보존할 수 있다.
▷해수면 상승 수위를 0.1m 낮출 수 있다.
▷서식지를 잃는 척추동물과 식물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혹서와 폭우, 가뭄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다.
보고서 집필을 주도한 나탈리 마호월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이에 대해 "어떤 이들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상황임을 의심할 바 없다"고 말했다.
주목할 건 산업혁명 이후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하는 게 생각보다 머지 않은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이미 1.1도 올랐기 때문이다. 0.4도만 더 오르면 한계상황에 도달하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는 과학자 단체 '글로벌카본(탄소)프로젝트'(GCP)는 지난 4일 낸 보고서에서 산업혁명 이후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할 때까지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이른바 탄소예산(carbon budget)이 이산화탄소 기준 약 4200억t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배출량(연간 전망치 약 364억t) 기준으로 탄소예산이 바닥날 시점이 11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셈이라고 한다. 문제는 배출량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어 탄소예산 제로(0) 시점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올해만 전년대비 4.9%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5도를 사수하려면 당장 2030년까지 현재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보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