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22년 만에 찍은 '다우 3만6000'...숫자보다 전략

'다우 3만6000' 출간 22년 만에 다우지수 3만6000선 돌파 '최악의 전망'에 가린 투자전략..."인덱스펀드 투자가 최선"

2021-11-03     김신회 기자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시황판이 이날 다우지수 종가를 보여주고 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39% 뛴 3만6052.63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3만6000선에 안착했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2일(현지시간) 마침내 종가 기준 3만6000선을 돌파했다.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지수가 1만선을 꿰뚫었을 때 출간된 '다우 3만6000'이라는 책의 예고가 22년 만에 실현된 셈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39% 뛴 3만6052.63을 기록했다. 전날 장중 처음 3만6000선을 경험한 지 하루 만에 종가로 3만6000선에 안착했다. S&P500, 나스닥지수도 각각 0.37%, 0.34% 올라 3대 지수 모두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갔다.

◇'최악의 전망' 실현까지 22년

제임스 글래스먼과 케빈 하셋이 1999년 10월에 낸 '다우 3만6000' 표지/사진=아마존닷컴

미국 저널리스트 제임스 글래스먼과 경제학자 케빈 하셋이 함께 낸 '다우 3만6000'은 다우지수가 1만선을 넘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1999년 10월이다. 당시 뉴욕증시는 닷컴버블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글래스먼과 하셋은 미국 증시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이들은 다우지수가 3~5년 안에 3만6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우 3만6000'은 그동안 월가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전망 가운데 하나로 치부됐다. 그도 그럴 게 다우지수는 2000년 초 1만1400선에서 추락했다. 닷컴버블이 터진 것이다. 미국 증시는 저평가된 게 아니라 과도하게 고평가된 상태였던 셈이다.

9·11테러, 엔론과 월드컴 등의 회계부정 스캔들을 비롯한 악재가 잇따라 다우지수는 2002년 7200선까지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2006년에야 닷컴버블 붕괴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문제는 이때도 거품이 한창이었다는 점이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지수는 이듬해 10월을 정점으로 다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에 지수는 2009년 3월 6470까지 밀렸다. 

뉴욕증시는 이후 수 차례 조정을 겪으면서도 대개 강세장을 유지했다. 지난해 3월 잠깐 팬데믹 여파로 약세장을 경험했을 뿐이다.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8% 올랐다. 지난해 7월 처음 3만5000선에 도달하면서 '다우 3만6000'이라는 오래된 미래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다우지수 추이/자료=FRED

◇"인덱스펀드 투자가 최선"

'다우 3만6000'은 닷컴시대 투자자들의 과도한 낙관론을 상징하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글래스먼이 한때 칼럼니스트로 일했던 워싱턴포스트마저 이 책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최악의 투자서"라고 혹평했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이날 글래스먼이 최근 한 회견에서 '다우 3만6000'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다양한 종목으로 꾸린 주식 포트폴리오를 매수해 장기 보유하라는 게 핵심인데, '3만6000'이라는 숫자가 이를 가려 버렸다는 것이다. 

그가 이 책에서는 물론 지금도 최고로 치는 전략은 인덱스펀드에 매월 정기적으로 투자하라는 것이다. 시장이나 수익률에 관심을 둘 필요 없이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잘못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글래스먼은 "나는 주식에 대해 글을 쓴 지난 40년 동안 매수·보유 전략의 광신도였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뽐내기 위해 몇몇 개별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모험을 하기보다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낫다고 했다.

존 보글 뱅가드그룹 설립자/사진=AP·연합뉴스

인덱스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잭 보글) 뱅가드 설립자가 '다우 3만6000'을 높게 평가한 것도 이 책이 그의 투자철학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글은 2007년에 낸 '상식투자 소책'(The Little Book of Common Sense Investing)에서 수수료 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상장주식을 모두 소유하는 게 최선의 투자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책(한국판 제목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을 권한다. 버핏에게 보글은 인덱스펀드로 미국인들을 증시로 이끈 영웅이다. 글래스먼은 주식을 보유한 미국 가계 비중이 22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져 유감이라고 했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쓴 글에서 글래스먼과 하셋이 '다우 7만2000'이라는 제목의 새 책을 낸다면 기꺼이 사 볼 것이라고 했다. 다변화한 주식 포트폴리오에 장기 투자하되, 채권에는 너무 투자하지 말라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