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기후변화에 베팅, '캣본드'가 뜬다

기후변화 위기에 재난채권 발행·투자 활발 고위험 고수익 기대, 위험분산 투자 수요도

2021-10-29     김신회 기자
사진=AP연합뉴스

기후변화 위기가 고조되면서 재난채권시장이 분주해졌다.

1990년대 처음 등장한 재난채권은 원래 보험사들이 허리케인, 태풍, 지진 등 각종 재난에 따른 손실에 대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채권의 만기가 도달할 때까지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재난이 발생하면 보험사와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 

재난채권은 재난을 뜻하는 영어단어(catastrophe)를 반영해 '캣본드'(cat bond)라고 불린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한 캣본드시장은 이제 300억달러(약 35조원)가 넘는 규모로 커졌다. 발행 주체도 보험사에서 기업, 정부 기관 등으로 확대됐다. 

캣본드·보험연계증권(ILS) 발행액(하늘색), 발행잔액 추이(백만달러)/자료=아르테미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도 지진 피해에 대비한 보험에 더해 캣본드를 발행했다.  

투자자들이 캣본드시장에 뛰어드는 건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가 적은 데다, 캣본드는 일반 채권이나 주식, 상품(원자재) 등 다른 주류 자산들과 상관관계가 적어 투자위험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화한 기후변화 위기는 캣본드시장을 더 붐비게 만들었다. 올 여름만 해도 살인적인 폭염과 산불, 홍수가 세계 곳곳을 덮쳐 막대한 피해를 줬다. 글로벌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자연재해로 입은 손실만 약 400억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반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최대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리스크를 자본시장과 분담하고자 하는 기업과 보험사들의 캣본드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먼의 피터 디피오레 이사는 "나는 투자자로서 기후 불확실성을 평생의 최대 기회 가운데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클라우디오 모라나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 경제학 교수는 안정을 중시해야 할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가가 환경에 베팅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캣본드시장이 지구온난화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