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된 '가격인상'...美증시 불안한 어닝서프라이즈
S&P500기업 3분기 매출 대비 순이익 12.5% 역대 세번째 '가격인상' 언급 2분기보다 두 배 더 늘어...수요 아직 탄탄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이다. 눈에 띄는 건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의 오히려 역대급 실적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인상 덕분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들 가운데 84%가 3분기에 예상치를 뛰어넘는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32.7% 늘었다. 또 75%는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윤폭(매출 대비 순익 비율)은 평균 12.5%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가격인상을 실적 개선의 큰 배경으로 짚었다. 악시오스는 가격이 오르는 게 새로운 표준이 된 것 같다며, 끝날 조짐이 안 보인다고 했다. 한 예로 미국 장난감협회는 올해 연말 쇼핑시즌에 앞서 장난감 가격이 1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재무·기업리서치 플랫폼 센티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3분기에 '가격인상'을 언급한 횟수는 1784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690회)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부쩍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악시오스는 기업들이 가격인상과 더불어 프로모션과 할인폭을 축소하고 있기도 하다며, 재고가 여의치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는 건 소비자들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팬데믹 사태에 따른 경제봉쇄 상황에서 2조3000억달러가 넘는 저축을 쌓아둔 데다 경기회복과 함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이다.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아이(i)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매판매, 개인저축, 실시간 신용카드 데이터 등을 보면 수요가 뚜렷하다"며 델타변이 바이러스도 수요 증가세를 더디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온라인 콘퍼런스 연설에서 공급망 문제가 악화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게 전보다 더 걱정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