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대 감산' 애플, 공급난에 끄떡없는 이유

"반도체 공급난에 아이폰13 올해 1000만대 감산" 주문물량 7월부터 늘려 감산해도 지난해보다 많아 쿡 CEO, 첨단부품 독점 공급망 구축 R&D비용 줄여

2021-10-14     김태연 기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지난 12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올해 아이폰13 생산대수를 1000만대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브로드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반도체 공급이 여의치 않아서라고 했다. 애플이 세계적인 공급대란의 희생양이 된 셈이지만, 같은 날 애플 주가는 0.9% 내리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애플의 공급망 지배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아래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있으며 닦아놓은 탄탄한 공급 네트워크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료=야후파이낸스

애플은 지난 7월 폭스콘, 페가트론 등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에 아이폰13을 올해 9000만대 주문했다고 한다. 최근 연간주문물량(7500만대)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애플이 1000만대를 감산해도 올해 생산대수는 8000만대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많은 것이다.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12에 비해 아이폰13의 변화가 적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족할 게 없는 물량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애플이 평소에도 예상 수요보다 많은 물량을 주문해왔기 때문에 지금같은 공급난에 대응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도 문제 될 게 없고, 수요가 늘지 않으면 주문량을 다시 줄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여유는 반도체 부족 사태로 궁지에 몰린 자동차업계의 현실과 대비된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자동차업계는 올해 당초 예상보다 생산대수가 770만대 줄어 최대 2100억달러의 매출 감소를 겪을 전망이다.

쿡 CEO는 COO 시절 독점적인 첨단부품 공급망을 갖춰 놓았다고 한다. 덕분에 애플은 업계 경쟁을 주도할 수 있었고, 연구개발(R&D)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퀄컴 같은 반도체업체들은 매출의 25%를 R&D에 투자하지만, 애플은 6.1%를 쓰고 있을 뿐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쿡 CEO가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공급난보다 수요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난이 심해져도 아이폰 사용자들이 단순히 대기 지연을 이유로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타진 않겠지만, 미국의 경기부양 혜택이 줄고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고가의 아이폰 구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