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만든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美 상장…'삼성·현대차'와 협업 기대

2021-10-14     유희석 기자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아이온큐를 공동 창업한 김정상 듀크대 교수. /사진=아이온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한 미국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IonQ)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디엠와이테크놀로지와의 합병으로 지난 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이 상장한 첫 사례다. 합병을 앞둔 지난달 27일 11.94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13일(현지시각) 현재 9.24달러로 22%가량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17억8000만달러(약 2조1123억원)

아이온큐는 이번 상장으로 6억3500만달러(약 7535억원)를 조달했다. 1억3200만달러(약 1566억원) 규모의 워런트(주식매수청구권)도 발행했다. 워런트는 일정 기한이 지난 후 행사가격으로 보통주를 살 수 있는 권리다. 현대차와 기아는 상장된 이후에도 사모로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라는 제도를 통해 지난 3월 아이온큐 워런트에 투자했다. 피델리티, 실버레이크,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 등과 함께 주당 10달러에 아이온큐 보통주 3500만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중첩과 얽힘, 간섭 성질을 활용해 0과 1이 공존하는 큐비트를 만들 수 있다. 이진수 연산의 한계를 벗어나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꿈의 컴퓨터'라 불린다.2015년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 몬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창업한 아이온큐는 극저온에서만 가동이 가능한 기존 양자컴퓨터와 달리 이온 트랩(전자기장으로 이온을 잡아두는 것) 기술을 이용해 상온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를 만든다. 복잡하고 커다란 냉각장비가 필요 없어 소형화가 가능하다. 

아이온큐는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이용해 비디오게임기 크기의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아이온큐가 확보한 양자컴퓨터 능력은 22 알고리즘 큐비트(양자컴퓨터에 사용되는 완벽한 큐비트) 수준이다. 이를 2028년까지 1024 알고리즘 큐비트로 늘리 것이 목표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신약 개발과 소재 개발, 기후변화 등 인류가 가진 다양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온큐의 설명이다.  

아이온큐가 올해 선보인 22 알고리즘 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 아이온큐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비디오게임기 크기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아이온큐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 생태계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멀티코어 양자 아키텍처를 출시했고 구글, 소프트뱅크, 액센츄어, GE리서치,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 등과 제휴를 맺고 양자컴퓨터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을 통해 양자클라우드컴퓨팅 시스템도 갖췄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개발자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다. 

아이온큐 상장으로 창업자인 김 교수와 몬로 교수도 돈방석에 앉았다. 김 교수의 주식은 827만1144주(4.3%)다. 주식 평가액은 7000만달러(약 831억원) 이상이다. 단일 최대주주는 NEA(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로 15.2%를 보유한다. GV(옛 구글벤처스)가 11.4%다. 아이온큐와 합병한 스팩인 디엠와이스폰서III는 5.8%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지분은 5% 이하로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삼성캐털리스트펀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 펀드 무바달라캐피털과 함께 5500만달러(약 653억원) 규모의 펀딩 라운드를 주도했었다. 삼성전자는 아이온큐와의 협업으로 반도체 등 개발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연구원은 포브스에 "삼성은 첨단 반도체 등 전자제품 제조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라며 "아이온큐에 투자한 것은 컴퓨팅과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취득하고, 경쟁 우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