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아이들이 무슨 죄라고"...탄소중립이 시급한 이유

"탄소감축 과감한 행동 없으면 아이세대 자연재해 3배 더 겪을 것"

2021-09-28     김신회 기자
사진=픽사베이

기후변화 위기를 막기 위한 탄소 배출량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요즘 아이들이 조부모 세대보다 3배나 많은 자연재해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Intergenerational inequities in exposure to climate extremes)은 제목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에 노출되는 정도가 세대별로 다르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논문에 따르면 탄소감축을 위한 행동이 제한되거나 없다면, 현재 평균나이 6세인 세대는 평생 1960년대생인 조부모 세대보다 3배나 많은 자연재해를 겪게 된다. 산불은 2배 더 경험하고, 태풍과 허리케인을 비롯한 열대성 사이클론은 1.7배, 하천 홍수 3.4배, 흉작 2.5배, 가뭄 2.3배 등이다. 

현재 40세를 넘은 이들은 생전에 탄소배출량 감축 여부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40세 이하는 자신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두 눈으로 목도하게 될 것으로 논문은 예상했다.

논문 저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을 지속하면 아이들이 평생 겪을 폭염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지구 기온 상승폭을 2도로 제한하면 4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논문 대표 저자인 윔 티어리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 교수는 마켓워치에 "아이들이 평생 기상이변에 노출돼야 하는 건 지금 어른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은 탓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190여개국은 2015년 기후변화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산업혁명 이후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하자는 게 골자다. 더 가깝게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해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이 마련되느냐가 관건이다.

세계 각국이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더 과감한 행동에 나서면 아이 세대가 겪을 흉작은 11%, 가뭄은 27%, 홍수는 3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은 내다봤다.

유엔은 지난 17일에 낸 보고서에서 각국이 현재 제시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대로라면 2029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1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추세라면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이번 세기 말 2.7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대담한 행동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60년까지, 미국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논문은 자연재해 피해가 개발도상국에서 훨씬 클 것으로 봤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아이들이 산업혁명 이전의 아이들보다 50~54배 많은 폭염을 경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켓워치는 이번 논문이 자연재해의 강도가 아닌 빈도만 다룬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논문 저자들은 제한된 자료 등으로 인해 논문에 담긴 수치들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기성세대에 배신감...'아이 가질 수 있을까' 걱정도

이달 초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이미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전 세계 10개국에서 16~25세 1만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가까이가 기후변화를 몹씨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기후변화로부터 자신들과 지구, 미래 세대를 보호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와 기성세대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도 비슷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기후위기를 이유로 아이를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