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규제 때문에…" 시중은행, 동남아 진출 가속하는 이유
시중은행이 동남아시아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갈수록 경영환경이 나빠지는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이지 않은 신흥국 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위험 노출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점포는 지난 2017년 3861곳에서 2018년 3834곳으로 0.7% 감소했다. 2019년에는 3784곳에서 지난해 3546개로 6.3%나 줄었다.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올해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시중은행 해외 점포는 급증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해외 지점은 2017년 630곳에서 지난해 1440곳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해외 법인이나 지점에 소속된 시중은행 직원도 2018년 4분기 1만4620명에서 올해 1분기 1만7914명으로 증가했다.
시중은행이 해외 법인 몸집을 키우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실제로 부동산 대출 제한과 코로나 피해자 지원과 배당금 인상 및 인수합병(M&A) 제한 등이 시중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의 은행 대출금을 감면해주는 '은행 빚 탕감법'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이 일었다.
반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는 통화 정책 완화 등으로 외국계 금융회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최근 외국 자본의 현지 금융기관 지분 40% 이사 보유 금지 조항을 폐지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부코핀은행 지분 67%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시중은행의 해외 실적도 상승 추세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해외 법인 순이익은 72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른 은행들이 해외 진출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국내 금융정책이 (인터넷 은행 등) 핀테크쪽으로 치중된 것도 해외 진출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동남아 등 신흥시장 중심의 해외 진출 전략은 위험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동남아 금융시장의 비효율적이고 취약한 시스템을 고려하면 은행이 빠르게 파산할 수 있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동남아 진출은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쿠데타 같은 지정학적 위험을 금융사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