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금융위기 뇌관 MBS와 ESG 닮은꼴...'거품' 경고등

BIS "ESG 투자붐 자산 가치 과도하게 치솟아" 1800년대 철도주, 닷컴버블 기술주 거품도 비슷

2021-09-27     김태연 기자
사진=픽사베이

국제결제은행(BIS)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시장의 거품 리스크(위험)를 경고했다. 기후변화 위기와 인종·성차별, 경제불평등 등에 맞서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관련 자산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BIS는 지난 20일 낸 보고서에서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ESG, 사회적 책임투자(SRI) 관련 자산이 지난해 약 35조달러로 2016년 이후 3분의 1가량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은행,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굴리는 자산의 36%가 ESG 부문에 몰려 있다고 한다.

ESG, SR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뮤추얼펀드에 들어 있는 자금은 약 2조달러로 지난 5년 새 10배 넘게 늘어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ESG 투자가 그만큼 폭증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ESG ETF·뮤추얼펀드 등에 정확히 어떤 자산이 담기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보공개 의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 겉으로만 ESG를 강조하는 'ESG 세탁'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다. 환경 쪽에서는 이를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한다.

BIS는 ESG 자산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친환경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 1월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매우 높다며 ESG 자산의 평가가치도 계속 오를 것으로 봤다.

한 예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해 750%, 지난 10년 동안 1만6000% 뛰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그린버블 리스크'와 맞물린 ETF, 뮤추얼펀드 투자 붐을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된 주택담보부증권(MBS) 투자 열풍에 빗댔다.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한창일 때 월가 금융권은 부실 모기지 채권을 모아 만든 MBS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지만, 미국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무너진 부실 도미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켰다.  

보리오는 그린워싱으로 과장된 이익이 드러나면 관련 자산 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며, 1800년대 중반 증시를 달군 철도주와 닷컴버블 때의 기술주도 다를 바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