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딥 페이크'는 포르노?…가상인간 기술로 발전 중
지난 2019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인스타그램 동영상에 등장해 "한 남자가 수십억 명에게서 훔친 데이터를 지배하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미국 대선 개입을 위해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사건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때 페이스북 CEO가 자매 회사 인스타그램에 등장해 스스로 비판하는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 영상 속 인물은 진짜 저커버그가 아니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사진이나 동영상 속 인물의 얼굴을 바꾸는 '딥 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 동영상이었다.
이처럼 딥 페이크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기대되지만, 악용 사례가 늘고 있다. 딥 페이크 기술로 여성 연예인 얼굴을 성인물(포르노)에 합성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딥 페이크 기술은 무엇이고,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딥 페이크 출발은 레딧
딥 페이크는 처음 성인물 제작으로 시작됐다.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연예인 얼굴을 성인물에 넣은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해당 동영상을 올린 필명인 '딥 페이크'(deepfakes)가 관련 기술의 대명사가 됐다. 그가 가짜 성인물을 만들 때 사용한 AI 프로그램은 오픈소스로 공개된 것이었다. 이후 딥 페이크 프로그램을 사용해 가짜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빠르게 확산했다.
딥 페이크 기술은 성인물 이외에도 가짜 뉴스와 자백 증거 날조, 명예 훼손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프로필을 만들어 사기에 이용하기도 한다. 2018년에는 영화감독 조던 필이 미국의 뉴미디어 버즈피드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정교한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숏폼 동영상 서비스 틱톡에 영화배우 톰 크루즈의 가짜 동영상이 등장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화제가 됐다. 딥 페이크 기술이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가상인간 기술로 발전
물론, 나쁜 일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동영상이나 가상 이미지 제작, 심지어 음악 분야에도 점차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딥 페이크'라는 말보다 '신세틱(synthetic) 미디어', '합성 미디어' 등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딥 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동영상 화질을 높이거나 배경 화면을 바꾸고, 주변소음을 차단하는 등의 기능을 구현했다. '리페이스(Reface)', '자오(ZAO)' 등 유명인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과 바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도 인기다.
딥 페이크는 예술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AI를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오픈AI는 문장을 이미지로 바꿔주는 '달이(DALL-E)'라는 기술을 발표했다. 예컨대 '아보카도를 닮은 의자'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정말 아보카도를 닮은 의자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가짜 영상을 감지하는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페이크 감지 기술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대선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비디오 어센티케이터'라는 가짜 동영상 검색 도구를 발표했다. 딥 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 동영상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일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딥 페이크 기술은 앞으로 영상 제작과 가상 인간 분야에서 더욱 활용될 전망이다. 따로 카메라를 들고 영화나 드라마를 찍지 않더라도 집에서 컴퓨터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그래픽으로 탄생한 가상 인간을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도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 인간 로지(싸이더스 스튜디오), 루시(롯데홈쇼핑) 등도 특정 모델과 배우의 얼굴에 AI가 만든 가상의 얼굴을 입히는 딥 페이크 기술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