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자동차 감산은 '뉴노멀'...나쁘지 않은 이유

반도체난에 글로벌 자동차업계 수백만대 감산 車생산 정점...전기차 전환, 사업모델 재고 기회

2021-09-16     김신회 기자
사진=AP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생산대수를 대폭 줄이면서 우려를 사고 있지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상에는 이미 자동차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생산대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안자니 트리베디는 16일 쓴 글에서 자동차업계의 감산을 둘러싼 우려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전의 판매부진, 과잉생산 문제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그는 인력 감축을 비롯한 연쇄효과가 불가피한 감산은 고통스럽지만, 자동차업계의 재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계획한 감산 규모는 100만대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지난 8월 말 현재 자동차 공급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캐나다까지 포함한 북미지역 생산대수는 하반기에만 45만대 이상, 올해 전체로는 약 150만대 줄 전망이다. 

트리베디는 자동차 감산은 팬데믹 충격이 있기 전부터 이미 예상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생산이 정점에 도달하는 '피크카'(Peak car)가 이미 도래했거나 임박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 감산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며,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고 했다.

자료=스태티스타

◇車시장 포화..."'피크 카' 지났다"

자동차시장은 팬데믹 사태 이전에 이미 포화상태였다. 자동차업계는 각종 인센티브와 가격인하, 첨단기술 사양 등으로 고객들을 유인해야 했다. 배출가스 규제, 기술기업들의 도전, 무역마찰 등이 자동차업계를 압박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의 볼크마 데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감원과 실적 부진 소식을 알리며 "자동차 생산의 정점이 이미 지났는지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대수는 수요 부진 여파로 이미 몇 년째 감소세다. 자동차업계의 순이익은 늘지 않고 있고, 이윤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반면 비용은 날로 치솟고 있다. 

트리베디는 그럼에도 자동차회사들이 생산을 이어가려 하는 건 이 난국을 벗어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자동차산업의 쇠락은 세계 경제에도 위협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9년 10월 낸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경종을 울렸을 정도다. IMF는 자동차산업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7%, 전 세계 상품수출의 8%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전환 기회...대량생산 역효과 더 클 것

트리베디는 대규모 자동차 감산이 당장은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자동차업계가 전부터 계속 감산을 해온 것이라면 문제일 수 있지만, 이번 감산은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팬데믹 사태에 따른 공급난과 공장 폐쇄가 자동차업계가 꺼려온 감산을 강요했을 뿐이라며 이번 감산은 오히려 유익하다고 지적했다.

트리베디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목표가 분명하고, 자동차 가격이 계속 오르는 마당에 누가 그렇게 많은 차를 필요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간의 수급 불균형 덕분에 자동차업계가 재무적으로 충분한 완충장치를 마련해둔 만큼, 이번 사태를 사업모델 재고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해 적지만 더 좋은 친환경차를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트리베디는 자동차업계가 이번 기회를 무시하고 기존 사업모델로 돌아가 대량생산을 고집하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