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날아간 예비역 준장…'K2 흑표' 수출 진두지휘

2021-09-15     김미영 기자
지난 7~10일(현지시각)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2021'에서 이의성 현대로템 부사장이 'K2' 전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MSPO

폴란드는 총 800여대, 10조5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주력 전차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 발주 예정이다. 독일 레오파르트2와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등과 함께 현대로템의 3.5세대 전차 'K2'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2021'은 폴란드 전차 사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장이었다. 각국 업체가 전차 모형을 들고 폴란드 육군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애를 썼다. 

현대로템은 K2를 기반으로 현지서 요구하는 사항에 맞춰 개발한 K2PL을 들고 MSPO 2021에 참가했다. 2017년 전역한 뒤 대전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현대로템 방산기술부로 옮긴 이의성 부사장(예비역 준장)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K2PL 수출을 위한 선봉에 섰다.  

이 부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2는 많은 산과 강, 다리 등 어려운 지형은 물론 혹독한 겨울, 더운 여름, 잦은 비 등의 기후를 가진 한국의 작전 지역을 위해 설계됐다"며 "현대로템은 (이런 환경에서 운용되는) K1부터 K1A1, K2까지 주력 전차(MBT) 개발과 생산에 40년의 경험을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MSPO 2021에 전시된 K2 전차 모형 /사진=MSPO

폴란드 맞춤형 전차 'K2PL'

현대로템이 개발한 K2PL은 폴란드 기갑부대를 위해 만들어진 전차다. K2PL은 폴란드 국방부가 지난 2017년 차세대 전차 사업과 관련해 발행한 정보요청서(RFI)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경쟁 전차인 레오파드2나 M1에이브람스와 출력이 같지만, 무게는 덜 나간다. 이동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화력은 세계 최강 수준이다. 현대식 사격통제시스템과 연결된 120mm 55구경장(포신 길이와 포구 직경의 비율)의 CN08 화포(현대위아 제작)를 탑재했다. 포탑 위 기관총에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적용됐다. 전차로 날아오는 투사 체를 요격하는 능동방어시스템, 지뢰 방호 키트, 대전차 로켓 방어 네트 등의 장비도 장착했다. 

360도 카메라로 전후좌우 시야를 확보했고, 바퀴 축은 7축으로 늘렸다. 또 자동장전장치를 통해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포탄을 장전할 수 있도록 했다. K2 무게는 56t이지만, K2PL 무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폴란드 육군과의 협의를 통해 무장이나 장갑 구성을 바꾸면 더 무거워질 수 있다. 

기술이전 약속

현대로템은 K2PL의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을 제안했다. 이의성 부사장은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다른 나라와 달리 폴란드에서 주력 전차를 생산하기 위해 폴란드 산업에 군사 기술을 이전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K2PL 사업을 통해 폴란드가 전차 생산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K2PL 사업을 통해 폴란드는 방위산업 능력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며 "기술 이전을 위해 이른 시일 내 적절한 기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진다면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인 PGZ와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가 K2PL에 폴란드산 무기 시스템을 탑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격 통제 시스템이나 원격 제어 사격 위치와 같은 순수 폴란드 구성 요소 및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다. 유일한 문제는 자동 변속기다. 현재 K2에는 독일산 변속기(RENK HSWL 295 TM)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K2PL에는 국내 기업인 S&T 다이내믹스의 EST 15K 변속기나 폴란드제 변속기를 사용할 수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K2 흑표'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 /사진=현대로템

폴란드의 전차 독립

현대로템이 제안한 K2PL 사업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2년 동안 진행되는 1단계 사업에서는 3개의 시제품을 만들어 이동성과 화재, 탄도 등에 대한 각종 테스트를 진행한다. 다시 2년 동안 진행되는 2단계에서는 한국에 있는 현대로템 공장에서 소량의 K2PL 완제품이 생산된다. 이때 폴란드 기술자가 한국으로 넘어와 전차 생산 기술을 습득한다. 

3단계는 폴란드에서의 대량 생산이다. 폴란드에서 생산된 K2PL 전차는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등으로 수출될 수도 있다. 앞으로 이들 국가에서 퇴역할 전차가 240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폴란드와 한국이 차세대 전차인 'K3'를 함께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폴란드와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전차 생산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란드가 K2PL 도입을 결정하면 현지 생산에 필요한 자금도 한국에서 조달할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의성 부사장은 K2PL의 4세대 전차화에는 선을 그었다. 가능은 하지만 지금 당장 실현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