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상하이항에 발묶인 비료 컨테이너...공급대란 어떻길래
美시카고행 중국산 비료...2월 주문 물량 아직도 상하이항에
공급난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위축됐던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공급망에 병목현상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 정도가 심상치 않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물류망도 혼란스럽다. 공급대란이 세계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급망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상하이항에 발이 묶여 있는 비료 컨테이너를 통해 글로벌 공급난의 현실을 짚었다. 이 컨테이너의 최종 목적지는 1만5000㎞ 떨어진 미국 시카고다.
○70일이면 됐는데...2월 주문 물량 아직도
비료는 중국 중부 충칭에서 제조된다. 충칭에서 양쯔강을 통해 상하이항으로 옮겨지고, 다시 바닷길로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기차나 트럭을 통해 미국 중서부 시카고에 안착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전인 지난해 3월 주문 물량은 불과 70일 만에 충칭에서 시카고까지 완주했다.
현재 상하이항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비료는 지난 2월 주문 물량이다. 주문 접수 1개월 안에 비료 생산과 선적 준비가 끝났지만, 지난 5월에야 상하이항에 들어온 비료는 아직 그곳에 있다.
돈 티우라 미국 조달산업그룹(Sourcing Industry Group·SIG) 대표는 "모든 길이 중국에서 비롯된다"며 "한 항구나 공장의 혼잡은 주변 설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전 세계로 연쇄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양쯔강에 배 띄워야 하는데...컨테이너 못 구해
시카고를 주도로 삼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는 미국 옥수수 주산지다. 지난 2월 이곳에서 주문한 인산암모늄 비료는 컨테이너 8개 물량이다.
비료 운송을 책임지고 있는 스티브 크래닉 IM-EX글로벌 물류 담당은 팬데믹 사태 이전에는 비료가 농사를 시작하는 4월에 시카고에 도착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도 시카고로 갔어야 할 물량 중 일부는 생산지인 충칭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빈 컨테이너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관리 인력이 태부족이었고, 컨테이너를 실어나를 트럭을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크래닉은 수개월 만에야 컨테이너를 확보해 양쯔강에 배를 띄울 수 있었다.
○8일만에 상하이항까지...운이 좋았지만
양쯔강을 통해 상하이항까지 가는 데는 8일이 걸렸다. 태풍 시즌을 앞섰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한다.
양쯔강은 중국 내륙 물류 동맥이다. 팬데믹 사태 이전인 2019년 양쯔강을 오간 화물은 19억3000만t에 이른다. 올 여름 홍수와 태풍이 한창일 때는 양쯔강 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한동안 양쯔강을 폐쇄해야 했다.
다행히 홍수와 태풍을 피했어도 치솟은 운임 부담은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른 수요 팽창으로 글로벌 해운·수상 운임이 크게 높아지기도 했지만, 일찍이 코로나19를 극복한 중국 경제 회복세가 키운 내수의 영향이 컸다.
크래닉은 양쯔강 노선을 운행하는 컨테이너가 제한적이라며, 기업들은 컨테이너를 확보하기 위해 최고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태풍 '인파'까지...문닫힌 항구
시카고로 가야 할 비료 물량 가운데 일부(컨테이너 8개 중 7개)는 이미 시카고로 떠났다. 크래닉은 중국에서 다시 불거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혼란을 문제 삼았다.
세계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항과 닝보항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항구가 일부 폐쇄됐다. 중국 항구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 3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중국 선전에 있는 옌톈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한 달여간 문이 닫힌 바 있다.
상하이항을 비롯한 인근 항구는 지난 7월 닥친 태풍 '인파'로 며칠 폐쇄되기도 했다.
공급망 정보업체 포카이츠의 글렌 쾹케 선임 부사장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지속되면 물류 지연이 몇 주 새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싼 운임에 과적...바다에 빠진 컨테이너 수천개
비료가 상하이항을 떠나도 리스크는 남는다.
우선 해상 물류 운임이 치솟으면서 컨테이너를 과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바다에 빠뜨린 과적 컨테이너가 3000개가 넘고, 올 들어 지난 4월까지도 1000여개에 이른다. 7년 만에 최대치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뱃길의 혼잡도도 상당하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양대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 바다에 떠있는 컨테이너선만 이달 초 35대에 달했다. 상당수 선박이 캐나다 밴쿠버로 기수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상하이항의 비료 컨테이너가 무사히 밴쿠버에 도착하면 시카고까지 철도나 도로를 타고 가야 하는데, 1~3개월이 걸릴 수 있는 대장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