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현대차 로고는 왜 '굴뚝'이 됐나

2021-08-25     유희석 기자
/사진=패션포폴루션닷컴

현대자동차 로고가 검은 연기를 내뿜는 굴뚝으로 변했다. 현대차를 상징하는 'H'자 엠블럼 밑에는 '오염을 향한 열정'(PASSION FOR POLLUTION)이라는 문구까지 새겨졌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쌓고 있는 현대차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자회사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베트남에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모회사인 현대차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현대차 압박에 나선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후솔루션, 청소년기후행동, 비욘드콜(석탄을 넘어서)은 최근 현대건설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사이트(passionforpollution.com)를 개설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차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현대건설은 인류를 위한 '지속가능 터전 창조'를 경영비전으로 선포했지만, 실제로는 지구를 파괴하는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끝내고 베트남의 꽝짝 1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을 '아이러닉'으로 바꾼 환경단체의 현대건설 비판 광고.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친환경 경영을 홍보하는 동시에 환경을 파괴하는 석탄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패션포폴루션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일본 미쓰비시, 베트남1건설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베트남 중부 꽝빈성 꽝짝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건설 공사를 30조2364억동(약 1조5450억원)에 수주했다. 이에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위원회가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며 현대건설을 관찰 대상 리스트에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다. 현대건설은 방글라데시 해안 지역의 마타바리 1 화력발전소, 인도네시아 찌레본 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도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KLP의 키란 아지즈 수석연구원은 "현대건설과 미쓰비시가 꽝짝 1호기 등 석탄발전사업을 계속 지원한다면 투자자가 떠나게 될 것"이라며 "베트남은 풍력과 태양광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을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은 모기업인 현대차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에 대한 반감이 현대차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호주 석탄터미널에 투자하자, 호주와 영국 등에서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한 반대시위가 벌어져 투자가 철회된 바 있다. 

환경단체들은 "한때 석탄발전소 건설에 앞장섰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등은 앞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와도 상반되는 꽝짝 1호기 사업을 비롯한 모든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