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기대 안 하지만 그래도...파월은 뭐라고 할까
27일 잭슨홀미팅 연설 촉각...연준 일각선 테이퍼링 연기론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입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촉각이 쏠려 있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2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7일 밤 11시) '잭슨홀(Jackson Hole)미팅'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잭슨홀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1978년부터 매년 여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과 재무장관, 경제학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두루 참석한다.
올해는 오는 26~28일 '불균등한 경제 속에 거시경제정책'(Macroeconomic Policy in an Uneven Economy)을 주제로 열린다.
당초 대면회의로 예정됐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온라인으로 열리게 됐다.
시장이 파월에게서 가장 기대하는 건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와 관련한 힌트다. 구체적으로는 언제부터 테이퍼링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연준은 지난주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연내 테이퍼링 착수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런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는 테이퍼링을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로버트 캐플란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주말 델타 변이 확산이 경제성장세를 둔화할 수 있다며, 연준이 서둘러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고 한 자신의 주장을 재검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테이퍼링에 대한 온갖 관측이 무성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파월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삼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마켓워치는 23일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 민감한 옵션 트레이더들이 일찍이 올해 잭슨홀미팅을 '소문난 잔치' 취급해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파월 의장이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맞는 만큼 과감한 발언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파월이 오히려 테이퍼링에 대해 대담한 발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 핌코를 이끌었던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글에서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상세히 알리기를 주저할수록, 경제와 금융시장은 물론 연준의 리스크(위험)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마켓워치가 전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견해.
○"선약보다 지속적인 논의 인정하는 정도"
라보뱅크 투자전략가인 리처드 맥과이어와 린 그레이엄-테일러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에 대한 비공식적인 선약을 하기보다 테이퍼링 논의를 몇 개월 더 지속할 것이라는 정도의 발언을 할 공산이 가장 크다고 봤다. 연준이 주목하는 고용지표가 최근 탄탄하지만, 델타 변이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테이퍼링 연기 가능성 30%"
톰 디 갤로마 시포트글로벌홀딩스 금리 트레이딩 부문 이사는 최근 FOMC 의사록을 근거로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9월이나 12월 FOMC에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또 테이퍼링은 내년에 10~12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양적완화 완전 중단까지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 지정학적 위기 등에 따른 테이퍼링 연기 가능성은 30%라고 관측했다.
○"9월까지 경제지표 더 볼 것"
크레이그 얼램 오앤다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도 잭슨홀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는 잭슨홀미팅이 테이퍼링을 경고하기에 이상적인 플랫폼처럼 보이지만, 연준은 다음달 FOMC 회의 때까지 경제지표를 더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테이퍼링에 대해 주목할 만한 힌트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기 FOMC 회의는 9월 21~22일 열린다.
○"적어도 윤곽은 보여주지 않을까"
린제이 파이그자 스티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연말까지 공식적인 테이퍼링 발표는 안 하겠지만,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 경로의 윤곽을 그릴 수 있는 힌트를 던져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어쩌면 큰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며 그래야 시장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BMO캐피털마켓의 이언 린젠, 벤자민 제프리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이 최근 다시 고조되고 있는 팬데믹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테이퍼링 일정을 모호한 상태로 둘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야 다시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면 테이퍼링을 연기할 수 있는 유연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