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잭슨홀미팅은 '소문난 잔치'
올해 주제 '경제불평등'...파월, 테이퍼링 관련 발언 삼갈 듯
오는 26~28일 예정된 '잭슨홀(Jackson Hole)미팅'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번 회의가 '소문난 잔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행보에 민감한 미국 주식 옵션시장에서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잭슨홀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여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과 재무장관, 경제학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두루 참석한다. 1978년 첫 회의가 열린 만큼 역사도 깊다.
이번 회의에 더 시선이 쏠리는 건 2년 만의 상봉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대면회의로 열린다.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이번 회의 주제는 '불균등한 경제 속에 거시경제정책'(Macroeconomic Policy in an Uneven Economy)이다. 팬데믹 사태로 심해진 경제 불평등을 화두로 삼은 것이다.
시장에서 파월의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가장 기대하는 건 테이퍼링에 대한 힌트다. 연준이 제로(0)금리 기조와 함께 양대 통화완화책으로 삼고 있는 양적완화(자산매입) 규모를 언제부터 줄이기 시작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런 기대를 하는 건 잭슨홀미팅을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잭슨홀미팅이 시장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건 최근의 일이다. 2008년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였다. 연준이 당시 쑥대밭이 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원자로 나서자, 시장은 연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10년 8월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추가 통화완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①장기국채 매입 확대 ②시장과의 대화 수정 ③초과지급준비금리(IOER) 인하 등이다. IOER 인하를 제외한 카드는 곧 실현됐다. 연준은 같은 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발표했는데, 장기국채 매입이 중심이었다. 이듬해 4월 FOMC 이후부터 회의 뒤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정례화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건 2010년 당시 시장에서 이미 2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충분히 엿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버냉키의 연설은 놀랄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차카와 신이치 일본 픽텟 투신투자고문 수석 연구원은 최근 한 기고에서 연준 의장이 잭슨홀미팅을 통해 시장에 정책 향방을 미리 알려주는 경우는 원래 드물다며, 잭슨홀미팅에 대한 주목도에 비하면 시장에 대한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맞는 파월이 연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한 발언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2010년 잭슨홀미팅에 나선 버냉키는 그해 2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로이터도 8일(현지시간) 이번 잭슨홀미팅과 관련해 미국 주식 옵션시장에 반영된 변동성(하루 기준 약 1%)을 근거로 투자자들이 잭슨홀미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되짚어봐도 연준 의장의 잭슨홀미팅 연설은 시장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년간 연준 의장의 잭슨홀미팅 연설 당일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의 평균 변동폭이 0.6%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도 이번 잭슨홀미팅의 진짜배기는 불평등이지, 테이퍼링이 아니라며 회의 주제를 상기시켰다.
테이퍼링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9월에 연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본다. 로이터의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 65%가량이 다음달 FOMC(9월 21~22일)에서 테이퍼링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연준이 9월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빠르면 오는 11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해 내년 중반 양적완화를 완전히 끝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은 2013년 5월 의회 청문회에서 처음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른바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일어난 것이다. 연준은 2013년 12월 테이퍼링에 착수했고, 이듬해 10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했다. 2015년 12월에는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