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시진핑의 자업자득'…중국 경제, 붕괴 위기

2021-08-12     유희석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중국정부망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스스로 자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독점금지법을 빌미로 자국 IT(정보기술) 대기업을 옥죄이는 동시에 교육·부동산·금융 등 주요 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레이더망에 걸린 기업은 경영자가 갑자기 물러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의 뒤에는 영구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의 권력욕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보다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초토화된 중국 기업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알리바바에 182억위안(약 3조1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반(反)독점 위반 혐의였다. 음식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 게임 사업이 주력인 텐센트 등도 제재 범위에 들었다. 

텐센트의 주력 사업인 '게임'은 관영업체로부터 '정신적 아편'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디디추싱은 지난 6월 미국 증시 상장 직후 앱(응용프로그램)의 신규 다운로드가 금지됐다.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앱인 위챗의 '청소년 모드'도 문제가 됐다. 미성년 이용자 보호 법률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소를 당했는데, 이는 원래 중국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도입된 것이었다. 

중국 당국은 트럭 공유 앱 플랫폼인 만방(滿幇), 중국 최대 채용 플랫폼 보스 즈핀(BOSS直聘)의 모회사 칸준(看准)에 대한 조사도 예고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제재 여파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와 숏폼 동영상 공유 사이트 틱톡 창업자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이들의 자리는 중국 공산당 간부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혁신성에 최악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비판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사진=알리바바

사교육 철퇴, 사상 교육 실시

시진핑 정부는 사교육 시장에도 철퇴를 가했다. 초등학생을 위한 학원에 주말이나 방학 기간 수업을 금지하고 비영리 단체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또한, 사교육 기업 신규 설립을 허락하지 않고, 외국 자본의 중국 교육회사 경영 참여를 금지했다. 초등학교 영어 수업과 시험이 금지되고 외국인 강사가 퇴출당하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이 같은 조처에 미국 시장에 상장된 중국 교육 기업인 TAL, 가오투(高途), 신둥방(新東方) 등의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 2월 16일 90.96달러로 고점을 찍었던 TAL 주가는 지난달 26일 4.03달러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대신 사상 교육은 대폭 강화했다. 상하이를 시작으로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에 대한 초등 사상 교육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거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한 뒤 발달한 미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모아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기업만이 가능한 '성공 방정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중국 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를 강화했다. 사실상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길이 막힌 것이다. 이미 상장한 기업도 신주 발행 등 추가 자본 조달의 기회가 사라졌다. 아직 홍콩 증시가 열려 있지만, 중국 기업으로서는 중요한 외화 조달 수단이 사라져 버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대학교 시절을 다룬 책 /사진=중국정부망

권력 투쟁과 연쇄 부도 공포

시진핑의 기업 통제 움직임의 배경에는 장쩌민 세력과의 권력 투쟁이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빅테크 기업은 장쩌민 시대 탄생해 성장했다. 따라서 이들 기업과 장쩌민 계파의 관계는 깊다.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을 위해 기업과 경제를 희생시켜서라도 장쩌민 세력을 몰아내고 당내 권력을 완벽히 장악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권력 투쟁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큰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약 150만개의 일자리와 관련돼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대표적이다.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거품 잡기를 명분으로 헝다그룹 같은 부동산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95세인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현재 시진핑 주석과 장쩌민계가 당내  권력 투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중국정부망 

헝다그룹이 후난성과 홍콩에서 진행 중이던 주택개발 사업이 금융권의 대출 거부로 중단됐으며,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달 26일에 이어, 이달 5일 연속으로 헝다그룹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현재 헝다그룹 신용등급은 'CCC'로 자기 힘으로 경영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설립한 공기업인 룽즈핑타이(融資平台, LGFV)와 은행의 연쇄 부도도 우려된다.  중국 전역 룽즈핑타이의 부채 규모는 공식 발표된 것만 48조7000억위안(약 874 7조원)에 이른다. 실제로는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 은행 사이에서 룽즈핑타이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담긴 '15호 문건'이라는 문서가 나돌았다. 룽즈핑타이가 무너지면 중국 지방정부는 물론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 은행의 부실 자산 처리를 위해 설립한 화융자산관리공사도 구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화융자산관리는 아직도 지난해 결산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진핑은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사회 개조를 위해 '경제 충격'을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를 희생해서라도 중국 공산당과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