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코로나 델타'로 초토화…동남아 경제의 비극

동남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급히 확산 백신 접종률 낮고, 中 백신 효과 떨어져 노동력·원재료 공급 차질, 제조업 충격

2021-08-08     유희석 기자
인도네시아의 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사진=국제노동기구

강한 전염성을 가진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동남아시아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며 지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대는 제조업이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와 고무장갑 등 제품의 생산 차질은 세계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IHS 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0.1로 전달(53.5)보다 23%가량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13개월 내 가장 낮은 수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나타내는 지표다. 

태국 제조업 PMI도 지난 6월 49.5에서 지난달 48.7로 하락했다. 3개월 연속 경기가 악화했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 지표는 39.9에서 40.1로, 베트남은 44.1에서 45.1로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심각한 경기 위축 상황에 머물렀다.

동남아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 확산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다, 백신 공급도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이 대다수를 이루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엄청난 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에 동남아 각국 정부가 속속 봉쇄 조처를 내리면서 산업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HSBC 이코노미스트 팀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지적하며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 변이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규제 도입과 해제가 반복되면서, 경제 성장 전망에 압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 필리핀 공장. 이곳에서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품을 생산하는데,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필리핀 정부의 규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구글 맵 갈무리

동남아에서 생산 차질을 빚는 대표적인 제품이 반도체다. 특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가 몰려 있어 충격이 크다. 가전 업계도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서다. 삼성전자, 폭스콘, 나이키 등 세계적인 기업의 공장이 있는 베트남 남부에서도 야간에는 조업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아시아 4위의 자동차 수출국인 태국에서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지난달 부품 부족을 이유로 현지 공장 3곳의 조업을 중단했다. 인근 국가에서 온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태국의 과일 가공 산업도, 국경 폐쇄로 말미암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태국의 가공 과일 수출 등 농식품 산업은 외국인 노동자에 많이 의존한다. 이들이 코로나를 피해 일단 본국으로 돌아간 뒤 국경 폐쇄로 돌아오지 못하면서 일손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한 태국 가공 과일 수출 기업 대표는 로이터와에 "매일 350t의 과일이 들어오는데, 인력 부족으로 지금 처리할 수 있는 것은 250t 정도"라며 "미국 등에서의 수요는 여전하지만, 생산이 문제"라고 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는 "(일부 산업에) 집중적인 동남아 경제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며 "저소득층 비중이 높고, 국가 부채가 많은 나라는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 여력을 제한하면서 사회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