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레고가 '성인사이트'를 만든 이유

2021-08-06     유희석 기자
레고그룹의 성인용 제품 웹사이트 /사진=레고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덴마크 블록 장난감 업체 레고(LEG)가 최근 성인사이트를 열었다. 성인용 레고 제품만 따로 모아 판매하는 공간이다. 자동차와 신발, 유명 건축물, 우주선 등 성인 취향의 레고 제품이 가득하다. 

특히, 성인용 레고는 크고, 조립 난도가 높은 제품이 많다. 방에 장식품으로 놓을 수 있는 화초, 심지어 유명 예술 작품을 레고로 만든 것도 있다. 어린이 장난감의 대명사 레고는 어쩌다 성인사이트를 열게 됐을까

사진=레고

마음챙김의 새로운 방법

레고는 최근 마음챙김(mindfulness)의 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명상하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몸이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레고 조립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설명서를 읽으면서 블록을 찾고, 이를 하나하나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의 잡념에서 해방될 수 있다. 

실제로 레고그릅의 '레고 플레이 웰 스토리 2020' 조사에서는 성인의 약 70%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으며, 80% 이상은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 레고가 마음챙김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레고

레고의 성인용 제품 중에서도 마음챙김 효과에 초점을 맞춤 것이 있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을 사용한 화초,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벽에 걸어놓을 수 있는 그림 등이 대표적인 성인용 레고 제품이다. 

팝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작품을 재해석한 레고는 조립하면서 들을 수 있는 별도의 사운드트랙까지 포함한다. 완성된 작품은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소비층 공략

레고를 좋아하는 '성인'은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레고그룹에게는 더 성장할 기회가 온 것이다. 저출산으로 어린이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포기할 수 없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

사진=레고

레고그룹에 따르면 현재 성인 소비층이 연간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레고로 직접 작품을 만들고 공유하는 열성적인 성인 레고 팬을 뜻하는 아폴(AFOL, Adult Fan Of LEGO)은 전 세계 100만명 이상이다. 

지금까지 아폴이 레고 웹사이트에 올린 작품 아이디어는 2만개 이상이다. 이 가운데 25점은 실제 제품이 돼 팔리고 있다. 

레고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레고 구매자의 100%가 성인이다"며 "대부분 어린 자녀에게 줄 선물 용도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사진=레고

◆ 레고 마음챙김 5단계 가이드

레고는 지난 2019년 영국 출판사 돌링 킨더슬리와 레고를 통해 50가지 이상의 마음챙김 활동과 조언이 수록된 '빌드 유어셀프 해피(Build Yourself Happy)'를 출간했다. 레고 조립을 통해 마음챙김 연습을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빌드 유어셀프 해피의 작가 애비 히든이 전하는 레고를 이용한 단계별 마음챙김 가이드를 소개한다. 

 

1단계 - 전화 차단
요즘 사람들은 평균 10분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스마트폰이 세상과 연결하는 데는 좋지만, 마음의 상태를 바르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레고 조립을 시작하기 전 마음에 드는 블록 하나를 정해 스마트폰 위에 올려놓고 스마트폰 확인을 최소화한다. 

 

2단계 - 집중
레고 블록을 앞에 늘어놓고 조립을 시작한다. 블록을 하나씩 맞추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히든은 블록 5~6개 정도만 조립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3단계 - 몰입
블록을 조립하는 느낌에 집중한다. 틈틈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턱이나 어깨, 발가락 등을 이완한다. 

 

4단계 - 인지

조립 도중에 잡생각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이 조립에 집중하지 않고, 잡생각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 조립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5단계 - 이완

몰입 후 다시 급하게 현실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조립이 끝나면 천천히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평안해진 마음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한다. 

 

애비 히든은 "블록을 한 무더기 골라, 마음 가는 대로 조립과 해체를 반복한다. 이때 마음이 조금씩 이완되도록 놓아둔다"며 "스트레스의 원인을 블록이라고 상상하며, 블록을 해체하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로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골치 아픈 문제를 떠나보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