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일본인은 어쩌다 '가난'해졌을까

2021-08-02     유희석 기자
/사진=픽사베이

'나라는 부자, 국민은 거지'라는 말이 있다. 일본과 일본인을 가리킨다. 1970~1980년대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경제대국이 됐지만, 국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한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가난한 일본인'은 수치로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회원국 평균 임금(연간) 자료에 따르며 지난해 일본의 평균 임금은 3만8515달러(약 4433만원)로 35개국 가운데 22위에 불과했다. 

일본인의 평균 소득은 1위인 미국(6만9392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인 4만9165달러(약 5659만원)와 비교해도 22% 낮았으며, 한국(4만1960달러)에도 뒤처졌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평균 소득이 꾸준히 늘어난 반면, 일본인 평균 소득은 2000년부터 20년 이상 3만8000달러 수준에 머무른 탓이다. 

OECD 평균 임금은 구매력 평가를 기반으로 한다. 국가 간 물가 수준의 차이를 반영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같은 물건의 가격이 미국에서는 1달러, 한국에서는 1500원이라면 실제 환율이 아니라 '1달러=1500원'의 환율로 계산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실생활에 더욱 가깝게 된다. 일본인의 삶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더 팍팍하다는 뜻이다. 

일본 경제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오래 일했지만, 월급이 오르지 않거나, 월급이 적어 생활이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며 "일본이 통째로 '월급이 싼 나라'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인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 다섯 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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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용 유지, 임금은 억제

일본은 2000년대 초반 IT(정보기술) 산업의 거품 붕괴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노사가 협조해 고용 유지에 힘썼다. 대신 임금 상승을 억제했다. 고통분담으로 일자리를 지켜낸 것이다. 

2. 임금 인상에 신중

경제위기가 지나간 뒤에도 일본 기업은 임금 인상에 신중해졌다. 일단 임금을 올리면, 위기가 발생해도 다시 낮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아도 기본급을 올리기보다 상여금을 주는 방식이 주류가 됐다. 

3. 약한 노조

일본 기업의 고용 유지 우선 방침은 노동조합 약화로 이어졌다. 노조와 직원이 일자리 유지를 위해 경영진에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4. 이직 감소

기업이 고용 유지를 중시하면서 조직 재편과 이직이 줄었다. 기업 간 인재 이동이 감소하고 생산성이 오르지 않으면서 임금 상승 흐름도 멈췄다. 

5. 임금과 소비 침체 악순환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소비가 침체하고 이는 다시 기업 실적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임금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