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스크(상)]이번엔 다르다는데...'저가매수' 기회 될까?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에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가 대표적이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그는 중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매력적이라며 중국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우드는 간판 펀드인 '아크(ARK)이노베이션ETF(상장지수펀드)'에서 중국 기업 주식을 사실상 모두 털어냈다.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현재 이 펀드에 남아 있는 중국 주식은 부동산서비스업체 KE홀딩스 지분 100만달러어치뿐이다.
아크이노베이션ETF의 운용자산은 약 224억달러다. 중국 주식 비중이 0.005%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주식 비중이 8%였다. 텐센트,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대표 기술주를 모두 처분하고 중국에서 사실상 발을 뺀 셈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기술기업을 시작으로 사교육업체에 이르는 민간기업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중국 주식 투매 바람을 일으켰다.
◇차이나리스크는 '저가매수' 기회?
사실 '차이나 리스크'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차이나 리스크에 따른 중국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절호의 투자 기회로 삼았다. 급격한 투매가 일어나면 중국 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매가 확산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저가 매력이 커진 게 사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98개 중국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나스닥골든드래곤차이나인덱스'는 이달 초만 해도 미국 다우지수와 기대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비슷했지만, 최근에는 각각 33배, 40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싸졌다는 얘기다. 저가 매수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한 예로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 주가는 7월 들어 이날까지 23% 추락했다. 그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이 1700억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같은 기간 글로벌 증시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종목이 바로 텐센트라고 지적했다.
7월 중 시총 손실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텐센트, 배달앱 메이투안,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이다.
◇"불확실성 너무 커" 전문가들은 신중론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중국주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서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통치 아래 권한이 세진 공산당이 규제 칼날을 얼마나 더 날카롭게 갈아 어디로 들이밀지, 중국 정치지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는 이유에서다.
데이브 엘리슨 헤네시라지캡파이낸셜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누구도 (중국의) 정치지형의 향방을 모른다"며 "이 게임에 전혀 관심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어드바이저얼라이언스 최고투자책임자(CFO)도 통신에 이번 차이나 리스크에 대해 "민주적인 보호장치가 없는 나라에 투자하는 데 따른 정치적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투자자들은 리스크와 보상 중 하나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와 달라진 차이나리스크
기우치 다카히데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9일 NRI 블로그에 쓴 칼럼에서 중국 당국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는 그 자체로 놀랄 일은 아니라고 봤다. 특히 기술기업들에 대한 단속은 사용자의 개인정보 침해와 우월적 지위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선진국에서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는 이번엔 통제 강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정보기술(IT) 이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의 규제·통제 강화는 지난 주말 교육업계로 확대됐고,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부동산은 물론 의료산업 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기우치는 또 과거의 차이나 리스크는 중국 기업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시장에서 배척되고, 반도체 등의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것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중국 당국이 중국 기업을 단속하는 게 더 심각한 리스크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리스크의 주체가 된 만큼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이들에 대한 당국의 배려도 줄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전처럼 강력한 시장 안정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기우치는 시 주석이 과거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목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부패단속을 벌여 정적 제거와 정권기반 안정을 꾀했다며, 막대한 이익을 취해온 기업들에 대한 이번 단속의 향방도 결국 국민들의 지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中성장둔화, 미·중관계도 변수
전문가들은 이번 차이나 리스크를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와 미·중 관계도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팬데믹 저점에서 벗어나 V자 반등을 이룬 중국 경제는 최근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1분기 18.3%(전년동기대비)였던 성장률이 2분기에 7.9%로 떨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했을 정도로 성장둔화를 둘러싼 중국 내부 경계감이 상당한 분위기다.
미·중 관계도 여전히 냉랭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남긴 생채기가 여전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갈등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치권과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자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규제를 확정하라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를 압박하고 있다.
◇그래도 뛰어든다면, 전기차·청정에너지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대담하게 중국 투자에 나서려면 시진핑 정부 정책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전기차와 청정에너지가 대표적이다.
개별 종목보다 특정 업종을 아우르는 ETF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더 이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양대 종목으로 담고 있는 '크레인셰어CSI차이나인터넷ETF'는 이달에만 11억달러 넘는 돈을 끌어들여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태세다. 물론 저가매수세가 반영된 결과다.
모힛 바자이 월러치베스캐피털 ETF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이 펀드에 몰리는 건 고점에서 극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