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베스트바이는 어떻게 아마존의 공격을 이겨냈을까

2021-07-27     유희석 기자
미국의 한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 매장 모습 /사진=flickr

지난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유명 전자제품 양판점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Fry's Electronics)가 문을 닫았다. 회원제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와 비슷한 크기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던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는 2018년 23억달러(약 2조6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계속 경쟁력을 잃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와 남부 텍사스를 중심으로 30여 곳의 대형 매장을 운영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에 고객을 뺏기고 월마트, 타깃 등 기존 오프라인 마트 체인도 액정TV 등 가전제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설상가상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결국 무너진 것이다. 

특히,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는 고객이 줄자 혁신 대신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매장에서 점원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최근에는 직접 판매 대신 매장 공간을 각 업체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지만, 오히려 제조사까지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넓은 매장에 직원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도 없어지면서 회생의 기회마저 놓친 것이다. 

또 다른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는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와 달랐다. 전자상거래와 코로나 등 위험요소는 같았지만, 대처가 달랐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살아남는 것을 넘어 많은 성장을 일궈냈다. 

2021회계연도(2020년 2월~2021년 1월) 베스트바이 매출은 472억6200만달러(약 54조원)에 달했다. 한 해 전보다 9.7% 늘었다. 영업이익도 19% 늘어난 23억9100만달러(약 2조7000억원)이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의 공격과 코로나 사태 속 오프라인 양판점인 베스트바이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1. 매장을 '쇼룸'으로 만들었다

미국 전자제품 판매점 베스트바이 매장 모습 /사진=베스트바이

베스트바이 매장은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과 비교해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이었다. 매장 운영비가 적게 들었단 얘기다. 위치도 좋았다. 미국 내 약 1000곳 매장 대부분이 고속도로나 간선도로 인근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었다.

매장 내부는 '사는 곳'보다 '체험하는 곳'에 가깝게 꾸며졌다. 고객이 제품을 사기 전 미리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브랜드별 쇼룸을 구성해 고객이 다양한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가격도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비슷하게 책정했다. 매장을 찾은 고객이 편하게 제품을 살펴보고 만족할 만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주지 못하는 가치를 전달한 것이다. 

2. 비용은 다른 곳에서 줄였다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직원. /사진=베스트바이

베스트바이는 제품 가격을 온라인 쇼핑몰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과감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그동안 불필요하게 지출하던 비용을 찾아내 줄이거나 없앴다. 회사 고위 경영진이 이용하던 전세기를 매각하고 자동차경주 후원과 미국프로축구(NFL) 광고를 중단한 것이다.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와 달리 회사의 근간인 인재에는 더 투자했다. 고객 서비스 조직인 긱 스쿼드(Geek Squad)가 대표적이다. 점포당 약 30여 명이 배정되는 긱 스쿼드는 고객을 위해 365일 온라인 상담, 제품 방문 설치, 수리와 기술 지원 등을 한다. 또한, 제품 사용법에 관한 무료 상담으로 충성 고객을 늘린다. 

2017년 기준 긱 스쿼드가 베스트바이 매출에 기여한 비중은 26%에 달했다.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판매전략이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3.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전략

베스트바이 매장 앞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받는 고객 //사진=베스트바이

베스트바이 사이트에서는 원하는 상품이 근처 매장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배송을 시키면 언제 도착하는지도 바로 알 수 있다. 물건을 빨리 가지길 원하면 인터넷으로 주문 뒤 매장에서 찾을 수 있다. 가격도 아마존 수준으로 저렴하다. 

베스트바이 매장에는 온라인으로 산 물건을 찾으러 오는 고객을 위한 전용 주차공간도 마련돼 있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 이후 비대면 거래가 중요해지면서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매장 앞에서 바로 물건을 받을 수도 있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과 신분증으로 주문 내용만 확인하면 직원이 직접 차로 물건을 가져다준다. 

지난 2019년 베스트바이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된 코리 베리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디지털 박람회인 'CES 2021' 기조연설에서 "베스트바이 매장은 고객에 상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전달하는 장소"라며 "고객은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가능한 한 빨리 제품을 손에 넣고 싶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