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글로벌 증시 흔드는 중국 리스크
中 기업단속 전방위 확산 조짐에 中주식 투매 바람 中 정책 리스크 불확실성 우려 증폭..."미지의 영역"
중국의 기업 단속이 기술업계에서 사교육업계로 번지면서 관련주들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규제 압박을 전방위로 확대할 태세라며,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글로벌 증시의 새로운 리스크(위험)로 부상했다고 지적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등 기술기업들을 표적으로 시작된 중국 당국의 규제 압박은 최근 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테크놀로지, TAL에듀케이션 등 사교육업체와 알리바바 산하 배달앱 어러머(Ele.me)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이버보안, 개인정보 수집, 반독점 행위 등을 기업 단속 명분으로 들었다.
어러머 같은 배달앱에 대해서는 배달기사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와 노동조합 가입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사교육시장에 대해서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강도 높은 규제 조치를 취했다. 특히 사교육업체들은 영리 추구,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등이 금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업 단속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톰 헤인린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 투자전략가는 27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중국 당국은 불평등, 불공정경쟁,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정책이 당장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리스크(위험)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투자자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中기업단속에 투매 바람...5개월 새 884조원 증발
투자자들은 이미 막대한 손실에 직면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의 기업 단속이 글로벌 증시에 충격파를 몰고 왔다며,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최근 5개월 새 잃은 시가총액이 7690억달러(약 884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98개 중국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나스닥골든드래곤차이나인덱스'는 중국의 사교육 규제 조치가 알려진 전날 7% 추락했다. 지난 주말까지 포함한 2거래일 낙폭이 약 15%로 2008년 이후 가장 컸다.
중국, 홍콩,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사교육 관련주들은 올 들어 모두 1260억달러 넘는 시총을 잃었다.
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테크놀로지, TAL에듀케이션, 가오투테크에듀 등 중국 3대 사교육업체 주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이어와 올해 들어 평균 93% 추락했다.
DS 킴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새 정책이) 이 주식(사교육주)들을 사실상 투자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올리버 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이 전선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정확히 얘기하긴 어렵다"며 "모든 걸 감안하면, 증시의 하방위험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몇 년 전에 비해 더 투자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걸 우선시하려는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ARK' 캐시 우드도 中주식 처분..."미지의 영역"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중국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미국 월가에서 '족집게'로 유명한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ARK)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간판 펀드인 아크이노베이션ETF(상장지수펀드)의 중국 주식 비중을 지난 2월 8%에서 최근 0.5% 미만으로 낮췄다. 이 펀드는 특히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를 모두 털어내고, 텐센트 주식은 134주만 남겨뒀다. 나머지 중국 주식은 부동산 거래 플랫폼 KE가 유일한데,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60% 하락했다.
문제는 미국도 자국 증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머잖아 미국 증시에서 퇴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폰 지앙 벤치마크 주식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이 시점에서 모든 리스크를 수량화하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변수가 많은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