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투자액 4300조원...2년 새 15% 증가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리뷰 2020' 보고서 전체 운용자산 중 36%가 ESG...유럽 등 투명성 강화 규제 움직임도
전 세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액이 지난해 35조3000억달러(약 4313조원)로 2년 새 15% 증가했다. 기후변화, 인권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ESG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3.4%에서 지난해 35.9%로 높아졌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은 18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리뷰 2020' 보고서를 발표했다. 2년마다 내는 이 보고서는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뉴질랜드, 일본 등 세계 5개 지역의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이 반영된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약 17조1000억달러로 유럽(12조달러)을 제치고 처음 세계 최대 ESG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2018년 대비 42% 늘었지만, 유럽은 13% 감소했다.
캐나다는 2조4230억달러로 48% 늘었다. 5개 지역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호주·뉴질랜드는 9060억달러로 25% 늘었다. 다만 이는 2016~2018년의 46%에 비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일본은 2조8740억달러로 34% 늘었다.
지역별로 전체 운용자산에서 ESG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캐나다로 61.8%나 됐다. 유럽(41.6%), 호주·뉴질랜드(37.9%), 미국(33.2%), 일본(24.3%)이 뒤따랐다.
ESG 투자 증가세가 이어진 건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ESG 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ESG 요소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주목할 건 유럽에서 ESG 투자가 줄고, 호주에서는 증가세가 둔화한 대목이다. 보고서는 유럽과 호주에서 '지속가능투자'의 정의가 바뀌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2018년 '지속가능금융행동계획'(SFAP)에 따라 법으로 지속가능투자의 정의를 새로 규정했다. 이로써 실체가 불투명한 ESG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모호할 수 있는 ESG 투자의 투명성이 강화된 셈이다. 호주·뉴질랜드에서는 업계 단체인 호주책임투자협회(RIAA)가 지속가능투자의 기준을 재정립했다.
안 그래도 ESG 투자시장에서는 친환경 프로젝트 재원 마련을 위해 그린본드를 발행한 기업들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환경인증 등을 과장하거나 불완전하게 알리는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고서는 ESG 투자의 투명성을 높이고 옥석을 가리기 위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과도기를 지나면 ESG 투자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