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경제학]'뉴욕~파리 30분' 우주비행 혁명...탄소발자국은?

2021-07-12     김태연 기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첫 우주선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동료를 향해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영국의 괴짜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11일(현지시간) 우주선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그는 이날 오전 7시 40분쯤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고도 90㎞ 가까이 날아 오른 뒤 1시간 만에 무사히 착륙했다.

브랜슨은 자기 회사인 버진갤럭틱이 개발한 우주비행선 'VSS유니티'에 조종사 2명, 회사 임원 3명과 함께 몸을 실었다. 이들은 지상과 우주의 '경계', 이른바 '우주 가장자리' 근처에서 약 4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미국 CNN은 브랜슨의 이날 비행을 "상업 우주산업과 저널리즘에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버진갤럭틱의 우주관광사업을 위한 홍보 차원에서 한 시험비행이지만, 전 세계에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브랜슨은 당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우주전쟁'에서 승리했다. 베이조스는 오는 20일 역시 본인 회사인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우주선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로 나설 예정이다. 머스크도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통해 민간인을 위한 우주여행을 준비 중이다.

◇초고속 비행시대 예고한 '하위궤도비행'

브랜슨의 성공이 고무적인 건 그가 단순히 우주여행 시대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관광보다 이동수단으로서의 우주선 전성시대를 더 기대한다. 브랜슨이 이날 보여준 '하위궤도비행'이 초고속 비행시대를 예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위궤도비행은 일반 비행기처럼 대기권에서 지구궤도를 타지 않고 포물선을 그리며 우주 가장자리까지 날아 올랐다가 지상에 착륙하는 방식이다. 베이조스의 비행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위궤도비행을 하는 우주선은 대기에 의한 저항과 마찰을 받지 않아 초고속 비행이 가능하다. 머스크는 이 방식으로 전 세계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한 예로 비행기로 현재 7시간 24분 거리인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30분 만에 연결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VSS유니티' 탄소발자국, 비행기의 60배

문제는 우주선을 띄울 때 감수해야 할 환경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브랜슨과 베이조스 등은 친환경 우주사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로켓 추진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이 어마어마하다. 우주선이 높이 날수록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따르면 퇴역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스페이스셔틀)은 우주까지 가는 데 72만㎏의 액체연료와 50만㎏의 고체로켓연료를 썼다. 그 과정에서 그을음과 이산화탄소 등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하위궤도비행 우주선은 우주왕복선보다는 에너지를 덜 쓴다고 한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는 재사용이 가능한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액화수소연료를 쓴다. 다만 수소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로 연간 8억3000만t, 영국과 인도네시아의 연간 총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비용절감 효과가 큰 고무 기반 연료를 쓰는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가 이날 왕복으로 약 100마일(160㎞) 이상 비행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기준)는 탑승자 1인당 1238㎏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1인, 1마일당 12㎏꼴이다.

일반 비행기와 비교하면 VSS유니티의 탄소발자국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대서양을 가로질러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왕복하면 비행거리가 6900마일쯤 된다. 이코노미석(일반석) 2개 공간을 차지하는 비즈니스석 기준으로 이 거리를 비행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VSS유니티와 같은 1238㎏이다. 1인, 1마일당 0.2㎏. VSS유니티가 일반 비행기보다 6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셈이다. 

FT는 현재로서는 로켓우주선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우주선의 탄소발자국이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우주여행 시대가 열리면 부자들의 새로운 취미거리가 환경에 미칠 충격에 시선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안 그래도 FT는 이날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항공등유에 대한 연료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반 비행기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우주선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