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라이프]"중고라도 구하면 다행"...전용제트기시장은 파티 중
전용제트기(private jet)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미국 은행권에서는 이를 '파티'에 비유하고 있을 정도라고 블룸버그가 19일 보도했다.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코퍼레이트 제트 인베스터(CJI Global) 글로벌 2021' 콘퍼런스에 모인 은행권 인사들에 따르면 최근 새 비행기 구매 대기자가 워낙 많아 상태가 좋은 중고 비행기를 낚아채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억눌렸던 여행욕구가 터져 나오면서 부자들 사이에서 전용제트기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짐 심슨 퍼스트리퍼블릭뱅크 항공기·요트 대출 책임자는 전용기 시장의 파티가 지난 18개월간 이어졌다며, 지난해 실적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첫 전용기를 사려는 이들이 2배로 늘면서 기체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최근 중고차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도 억눌렸던 수요와 공급망 혼란에 따른 것이라며, 중고 전용기시장도 다를 바 없다고 봤다.
국제항공기딜러협회(IADA)에 따르면 전 세계에 있는 전용제트기 가운데 최근 매물로 나와 있는 건 1130대로 약 5%에 불과하다.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물량으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중고 제트기 물량은 17%쯤 됐다고 한다.
중고 중에도 비교적 신형인 기체는 찾기가 더 어렵다. 전용기시장 분석업체인 앰스태트(AMSTAT)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매물로 나온 252대의 장거리용 제트기 가운데 생산한 지 5년이 안 되는 기체는 20대뿐이다.
또 다른 전용기시장 분석업체인 제트크래프트의 채드 앤더슨 대표는 잡동사니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매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포드 폰 바이스 씨티그룹 프라이빗뱅크 글로벌 항공기 대출 책임자는 현금이 많은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생 첫 제트기 구입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러지 말라고 조언할 때도 있다고 했다.
캔디스 나카가와 MUFG유니언뱅크 선임 웰스어드바이저는 전용기를 가지려면 기체 가격뿐 아니라 만만치 않은 유지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현금을 쥐고 있는 부자 고객들을 막기가 쉽지는 않단다. 팬데믹 사태로 억눌러온 구매욕을 뭔가 근사한 것으로 풀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트기나 요트가 대표적이다.
전용제트기시장은 팬데믹 사태 초기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기업 임원들의 출장이 급감하면서다. 지난해 미국의 출장용 제트기 운항은 23% 감소했는데, 대개 봉쇄(록다운)조치 초기의 급감세 탓이었다.
시장 전반의 침체가 오래 가진 않았다. 출장용 제트기 운항은 월간 기준으로 이미 2019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텍스트론, 걸프스트림 같은 전용제트기 회사들의 기체 인도대수도 지난 1분기에 증가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여행제한이 점차 풀리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주문 증가세도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시아와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으로는 회복세가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보다 여행제한 수위가 높아서다. 크리스 파트리지 도이체방크 전용기 대출 책임자는 "(다른 곳에서는) 미국시장과 같은 역동성을 보지 못했다"며 유럽,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에서보다 국경을 넘나드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봉쇄조치 여파로 전용기 구입에 드는 시간이 6주에서 6개월로 늘어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심슨은 전용기시장의 호황과 불황 주기를 수차례 목격했다며, 최근의 호황이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좋지만, 이 추세가 마냥 계속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