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디든 1시간만에"...'극초음속' 비행 이번엔 될까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본 도쿄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미국 우주비행기 스타트업 '비너스에어로스페이스'는 다른 우주 관련 기업들이 한창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릴 때 오히려 지구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다. 이른바 '하이퍼소닉'(극초음속) 우주비행기로 전 세계 어디든 1시간 만에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게 목표다.
비너스가 구상하는 우주선 비행은 일반 비행과 중간 부분만 다를 뿐이라고 한다. 우주비행기가 이륙한 뒤 순항고도에 도달하면 로켓 추진으로 지구 대기권 밖 우주공간에서 시속 9000마일(약 1만4484㎞)로 비행하게 된다. 음속의 12배에 이르는, 그야말로 극초음속이다. 우주 가장자리에서 이 속도로 약 15분간 비행한 뒤에는 대기권을 뚫고 활공하며 목적지의 일반 공항에 착륙하는 식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최신호(31일자)에 따르면 비너스는 영국 버진그룹 민간우주개발업체 버진오빗 출신 기술자 2명이 설립했다. 새라 '새시' 더글비와 앤드류 더글비 부부다.
부부가 하이퍼소닉 우주비행기에 꽂힌 건 새라 할머니의 95번째 생일파티를 놓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부부는 당시 도쿄에 살고 있었는데, 미국까지 비행거리가 너무 멀어 파티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비너스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버진오빗을 그만뒀다.
부부와 의기투합한 13명도 우주산업 베테랑들이지만, 비너스의 목표를 실현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앤드류도 지난 수십년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가 거듭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잘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글비 부부는 비너스의 우주비행기는 엔진효율이 훨씬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시도들과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했다. 엔진효율이 높은 만큼 날개, 착륙기어, 제트엔진 등 일반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필요로 하는 장치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출신 테스트 조종사인 잭 '투피시' 피셔는 비너스의 우주비행기 계획에 대해 극초음속 추진에 처음에는 좌석 뒤로 밀리는 듯한 충격을 받겠지만, 속도가 워낙 빨라 더 이상은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너스의 극초음속 비행은 아직 갈길이 멀다. 비행기 디자인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올 여름에나 3종의 축소 모델로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더글비 부부는 프로젝트를 완수하기까지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비너스는 미국 공군으로부터도 조금이나마 연구 지원금을 받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글비 부부는 미국 국방부에서도 자금 지원을 받을 셈이다.
까다로운 기술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사업성, 경제성이 관건이다. 시간절약에 추가 비용을 부담할 승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위크는 과거 사례로 보면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1970년대 초음속 여객기 시대를 연 콩코드, 미국 스타트업 에어리언에 이르기까지 잇딴 시도들이 오래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존 여객기보다 2배 빨랐던 콩코드는 2003년 마지막 비행을 했고, 에어리언은 초음속기 에어리언슈퍼소닉으로 지구 어디든 3시간이면 갈 수 있으리라고 장담했지만 지난 21일 자본 조달이 어렵다며 폐업을 선언했다.
제시 클렘프너 맥킨지앤코 항공우주·방위 담당 파트너는 사람들의 조바심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이들이 1시간을 절약하는 데 기꺼이 큰 돈을 쓸지는 증명된 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