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암호화폐 환경 논란에...'그린 비트코인' 뜬다

'채굴·거래 과정서 친환경에너지 사용' 블록체인 증명 시장선 "'그린 비트코인' 프리미엄 최대 10% 이를 것"

2021-05-25     김신회 기자
미국 텍사스주 북부 한 유전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센터/사진=AFP연합뉴스

'그린 비트코인'(green Bitcoin)이라면, 기꺼이 웃돈(프리미엄)을 쓰겠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캐나다 암호화폐·블록체인업체인 DMG블록체인솔루션의 셸던 베넷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여러 은행과 금융기관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기업환경에 맞춰 비트코인도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환경친화적인 걸 선호한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은 채굴, 거래 과정에서 상당한 전기를 필요로 하는데, 화석연료를 발전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최근 환경문제를 이유로 비트코인을 통한 차량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혀 시장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게 이른바 '그린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채굴은 물론 거래 과정에서 쓴 컴퓨터가 친환경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했다는 증명을 담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암호화폐시장에서 그린 비트코인에 최대 10%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 아래 베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창인 ESG 관련 투자 바람도 그린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아이삭 메이즈 로스스타인 우드맥켄지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업계에서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친환경이지 않다고 찍힐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에게 최근 기후위기 앞에 공공의 적으로 몰린 석탄업계의 현실은 남의 일일 수만은 없다는 설명이다.

급기야 DMG블록체인솔루션을 비롯한 일부 업체들은 '암호화폐 기후협정'(Crypto Climate Accord)에 동참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 190여개국이 채택한 파리협정을 의식해 오는 2030년까지 암호화폐산업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넷제로는 온실가스인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걸 말한다. 파리협정은 궁극적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통해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문제는 암호화폐 채굴에 태양열이나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를 쓰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채굴업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비용 이상 올라야 부담을 덜 수 있다. 크리스토퍼 벤딕슨 코인셰어 리서치 책임자는 암호화폐시장 분위기가 나빠지면 친환경 채굴업자들이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더 저렴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그린 비트코인 채굴업체 일부는 오래된 석탄발전소를 사들여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식으로 시장 침체기를 견뎌내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벤딕슨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채굴의 55~65%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뤄진다. 전체 비트코인의 약 50%는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는데, 저렴한 석탄을 발전원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카자흐스탄, 이란 등지에서의 채굴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