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인플레이션 방패'라더니...비트코인의 추락

2021-05-16     김신회 기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암호화폐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머스크가 지난 12일 환경문제를 이유로 테슬라 차량 구매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게 결정타였다. 이 트윗(트위터 게시글)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 6만달러선 코앞에서 5만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16일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7시 현재 4만8466.71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24시간 동안 한때 4만7005.10달러까지 내리고 5만716.6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머스크 한 마디에...인플레이션 헤지수단?

비관론자들은 머스크의 트윗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자, 비트코인이 극적인 변동성과 투자위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한다. 비트코인이 최근 기관투자가와 테슬라 같은 기업들의 베팅에 힘입어 투자 수요를 대거 늘렸지만, 내재가치가 제로(0)라는 데서 비롯된 본질적인 불확실성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주요국 통화당국자들은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극도로 높은 투기자산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자료=코인데스크

비트코인 비관론은 최근 인플레이션 위협과 맞물려 세를 더 불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그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투자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의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는 사실에 따른 것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차별 돈찍기나 재정지출 확대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화폐가치가 떨어져도 발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은 희소성이 큰 금처럼 제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이른바 '디지털 골드'의 위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국 노동부가 4월 물가지표를 발표한 지난 12일 비트코인 가격은 7%가량 추락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4.2%로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근원CPI(식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전월대비 0.9%로 1982년 이후 신기록이었다. 예상치를 훌쩍 넘은 수치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곧 현실이 되리라는 우려를 부채질했다. 이 여파로 같은 날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7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물가지표 발표 이후 머스크가 올린 트윗의 영향이 컸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상존했던 지난달에도 24% 하락했다. 

미국 인터넷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비트코인이 지방자치단체의 채굴 규제에서 머스크의 트윗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시장참여자들이 비트코인을 위험자산, 투기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비트코인 아직 저평가...시총 더 커져야

비트코인 지지자들 가운데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크라켄의 댄 헬드 성장 책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흔들리고 있는 게 훌륭한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처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이 4만5000~5만달러 수준에서 바닥을 다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 올리거나 내릴 단일 촉매는 없다"며 "비트코인이 연초 급격히 오른 만큼 지금은 또 다른 급등 전에 숨을 죽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헬드는 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비트코인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현재 1조달러 수준이라며 이는 금이나 부동산 등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의 시총보다 훨씬 적다고 강조했다. 금은 시총이 11조달러쯤 된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도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 선을 다시 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해답을 금과의 시총 차이에서 찾았다.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방어 투자 수단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몸집을 키워야 하는데, 최근 거래량과 기관 보유량이 금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