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옐런이 쏜 '금리인상' 공포탄...주식 던지는 헤지펀드

2021-05-06     김태연 기자
사진=픽사베이

눈치 빠르기로 유명한 헤지펀드들이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그 사이 유일하게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는 건 개미(개인투자자)들뿐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와 대형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스마트머니'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투매에 나선 이유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금리인상' 발언에서 찾고 있다. 경기과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얘기다.

◇헤지펀드 '극단적' 주식 투매...개미들만 순매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은 최신 투자노트에서 헤지펀드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에서 최근 5주 연속 순유출됐다며, 이는 '극단적인'(extreme)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순유출액의 4주 이동 평균치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2008년) 이후 최대라는 것이다.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3주 연속 미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BofA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전체 고객들도 3주 연속 순매도(약 22억달러)한 것으로 집계됐다. 

헤지펀드들이 내던지고 있는 주식은 대개 통신서비스, 정보통신(IT)업종의 기술주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폭락했던 미국 증시의 급반등을 이끌었던 게 바로 기술주다.

주목할 건 개미들만 유일하게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3주째 매수 우위 기조를 유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JP모건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근거로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달 4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 주식펀드에는 7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한다. 

신문은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아직도 증시에 싫증을 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돈을 빌려 증시 베팅을 늘리고, 시장이 조금만 떨어져도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머니의 증시 이탈이 일종의 경고신호라면 상당한 역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증시 헤지펀드 자금 순유입·유출액 추이(백만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

◇옐런이 쏜 '금리인상' 공포탄...고용지표 촉각

옐런은 지난 4일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이 주최한 행사에서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서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만약 생긴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에 대한 기대와 경기과열,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늘 열려 있는 것이지만, 연준 의장을 지낸 옐런이 직접 금리인상을 언급한 건 시장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같은 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살짝 올랐지만, S&P500지수는 0.7% 내렸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1.9%나 떨어졌다.

마켓워치는 "연준은 인플레이션 신호를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헤지펀드들은 급격히 회복되고 있는 있는 노동시장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용환경이 개선될수록 임금상승,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자 수는 91만6000명으로 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7일 나올 4월 고용지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신규고용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티브 잉글랜더 스탠다드차타드 외환투자전략가는 "신규고용자 수가 200만명을 넘으면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동요하고, 150만명만 넘어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美증시 '매도의견' 비중 13년 만에 최고 

BofA는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아니라도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매도 의견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BofA가 월가 유력 투자전략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는 '셀(매도)사이드 지표'(SSI·sell-side indicator)는 4개월 연속 올라 13년 만에 최고 수준에 있다.

BofA 투자전략가인 사비타 서브라마니언과 질 캐어리 홀은 최신 투자노트에서 SSI의 현재 수준이 2007년 5월의 매도 한계점에 가장 가깝다며, S&P500지수가 당시로부터 1년 사이에 7%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BofA에 따르면 S&P500지수는 평균 잡아 1년에 세 번 고점 대비 5% 이상 떨어지는데, 최근 6개월 동안에는 그런 적이 없다. 1년에 한 번꼴인 조정(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도 14개월간 없었다. 뉴욕증시가 거듭하고 있는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이 불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