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기후위기 대응?..."글로벌 기업 75% 아직 멀었다"

글로벌 14대 증시 '파리협정' 추종 기업 25% 불과 한국 증시는 'KTOP30지수' 기준 30.4%...세계 6위

2021-04-23     김신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모니터로나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처음 마주한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화상으로 주최한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인 탄소의 배출량을 2005년보다 50~52% 줄이겠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감축하는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한 새 목표를 제시한 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저버린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을 되찾고 관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은 특히 최대 배출국인 중국을 압박할 태세다.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이 먼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업들은 이런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규제와 투자자들의 압력에 좋든 싫든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 세레스(Ceres)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미 애플, 구글, 코카콜라 등 400여개 기업이 바이든 행정부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에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에서만 6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이들의 매출총액은 연간 4조달러가 넘는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아직 미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전문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라베스크는 이날 낸 분석 자료에서 글로벌 주요 증시 상장기업 가운데 파리협정 목표에 준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회사가 25%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자료=아라베스크

전 세계 190여개국이 2015년 채택한 파리협정은 산업혁명 이후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더 가깝게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다.

아라베스크는 전 세계 14대 증시 상장기업들이 2015~2019년에 낸 공시자료의 탄소배출량을 분석 근거로 삼았다. 파리협정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에 있는 기업의 비중은 스웨덴 스톡홀름 증시가 5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독일(39.3%), 스위스·핀란드(33.3%), 프랑스(32.35%)가 5위권에 들었다.

하위권에서는 호주가 4.5%로 가장 낮았고, 그 위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8.3%), 홍콩(8.5%), 스페인(15.6%), 네덜란드(19.1%) 등이 자리했다. 

이밖에 한국(30.4%), 일본(26.7%), 미국·영국(23.1%)이 차례로 6~9위를 차지했다. 아라베스크는 한국 증시의 경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3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KTOP30지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아라베스크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상장기업들의 15%(시가총액 약 5조달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오르그 켈 아라베스크 회장은 기후변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기업들의 준비 여부를 떠나 탈탄소화를 강제하는 게 시급하다며, 높은 수준의 탄소세 부담을 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