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야!" 한마디에 몸 던져 강도 잡은 은행원

신한은행 하노이 지점 근무 판꿔휘씨 어머니 병원비·동생 학비 마련 위해 낮 은행, 밤 택시 일하는 성실한 청년 오토바이로 강도 쫓다 칼에 찔려 중상

2021-04-19     유희석 기자
사진=베트남 지아오퉁 갈무리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신한은행 하노이 지점에서 일하는 판꿕휘(Phan Quoc Huy, 사진)씨는 지난해 6월 26일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밤 11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판꿕휘는 "강도야!"라는 소리를 들었다. 금은방을 털고 달아나는 강도를 뒤쫓던 여성이 외친 소리였다. 

은행에서 퇴근하고, 부업으로 밤에 오토바이택시를 운전하던 판꿕휘는 그대로 오토바이를 몰아 강도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강도를 따라잡은 판꿕휘는 오토바이로 강도 앞을 막으려다 강도와 함께 넘어져 도로 위로 떨어졌다. 그 순간 강도가 칼을 꺼내 판꿕휘의 등을 찔렀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쓰러진 판꿕휘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칼이 폐를 찌르면서 큰 수술을 해야 했다. 어깨뼈도 부러져 꼼짝없이 두 달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10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자신과 여동생을 키우던 어머니를 위해 밤에 부업까지 하던 그에게는 청전 벽력같은 일이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대학 졸업시험도 문제였다. 졸업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대학도 졸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비 마련도 걱정이었다. 그때 판꿕휘 덕분에 강도를 잡은 금은방 주인이 찾아왔다. 고마운 마음에 병원비와 학비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금은방 주인은 "요즘 판꿕휘 같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칼을 든 강도에 쉽사리 달려들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가족이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금은방 주인의 도움으로 병원비와 학비를 해결한 판꿕히는 학교 측의 도움으로 석 달 늦게 졸업시험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몸을 회복한 이후에도 은행 일과 오토바이택시 일을 병행하며 집안 살림에 도움을 주고 있다. 

판꿕휘는 "강도 사건 때 입은 상처는 회복했지만, 아직도 궂은 날씨에는 몸 상태가 나빠져 일을 오래 하기 힘들다"며 "더 많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져 점점 약해지는 어머니와 공부하는 여동생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베트남 지점 모습 /사진=신한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