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록다운' 어쩌나"...부자들이 선호하는 집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아 부자들의 부동산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유층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게 이젠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공간이 넓은 집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침실 수가 많기보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리조트 같은 주택을 바란다고 한다. 팬데믹 여파로 외부활동길이 막히는 봉쇄(록다운)사태를 겪은 탓인데, 전문가들은 봉쇄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자들의 주택 선택 기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보급으로 당장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진정돼도 부자들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수준의 테니스코트, 수영장, 정원, 와인 저장고 등을 갖춘 펜트하우스나 대저택을 이상적인 주택으로 보는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업체 나이트프랭크 호주법인의 미셸 시에시엘스키 주택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16일 블룸버그에 "코로나 사태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재평가하는 기회가 됐다"며 "이런 경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주택, 수영장은 기본
수영장은 전통적으로 고급주택의 기본이다. 팬데믹 사태가 집안에 수영장을 들이려는 욕구를 부채질했다.
미국 부동산감정업체 밀러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사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손꼽히는 고급주택가 가운데 하나인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팔린 주택 가운데 수영장이 딸린 집은 2015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분기평균 26%였지만, 팬데믹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년간은 그 비율이 35%로 높아졌다.
미국 부동산서비스업체 대니얼게일소더비에서 뉴욕 부촌인 롱아일랜드 영업을 맡고 있는 제이슨 프리드먼은 팬데믹 초기 도시에서 탈출해 주택을 임대하던 이들이 아예 집을 사려 한다고 전했다.
◇국제대회급 테니스코트
호주에서는 수영장은 물론 국제 대회를 치를 정도의 테니스코트를 갖춘 주택이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한다.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급 부동산 가운데 테니스코트가 딸린 물건이 그렇지 않은 물건보다 평균 22% 이상 더 팔렸다.
애덤 로스 나이트프랭크 호주 시드니 고급주택 영업 책임자는 테니스코트는 건강,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할 뿐 아니라 어린 자녀의 놀이터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분위기 실내공간
고급주택 설계업체 모피어스런던의 애나 차르노우스카 선임 디자이너는 부자들 사이에서 야외시설뿐 아니라 야외 분위기의 실내 공간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차르노우스카는 록다운 사태가 한창일 때는 다기능 실내 공간과 자연을 품은 공간 디자인(바이오필릭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특히 많았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의 한 부자 고객은 집안으로 햇볕을 최대한 들이는 데만 15만파운드(약 2억3000만원)를 썼다고 한다.
차르노우스카는 "우리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가 오래 남아 있게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다기능 주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시설, 스파에 와인방까지
다국적 부동산서비스업체 새빌스의 고급 부동산 개발 컨설턴트인 해리 윌리엄스-존스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부 설비도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게임시설, 개인용 스파, 와인저장고 등이다. 큰 방 하나를 통째로 와인에 내주는 경우도 있다.
윌리엄스-존스는 "팬데믹이 이미 떠오르고 있던 추세를 가속화했다"며 절대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은 아니지만, 팬데믹이 사람들로 하여금 삶에 더 관심을 갖게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英교외 대저택 거래 1900%↑
영화 '다운튼애비'에 등장하는 것 같은 교외 대저택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실내외 주요 시설을 갖추고 부모와 조부모 등 여러 세대가 함께 할 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다.
지난해 영국에서 거래된 교외 대저택이 1900% 증가했을 정도다.
홍콩에서는 최근 중심가인 센트럴지역을 벗어나 '홍콩의 뒤뜰'이라고 불리는 사이쿵 등지를 찾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팬데믹 사태 초기 카리브해의 섬으로 눈을 돌린 갑부들처럼 홍콩 부자들도 평온을 추구하게 되면서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해안가 주택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이쿵이 속한 신계지역은 가격 매력도 높다. 홍콩 부동산업체 네스트프로퍼티에 따르면 센트럴과 가까운 미드레벨 인근에서 가장 높게 팔린 주택은 세제곱피트당 13만6000홍콩달러(약 2000만원)였는데, 신계지역 최고가 주택은 3만9000홍콩달러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