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옐런의 첫 '환율보고서', 트럼프 거품 빠지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안하고, 관찰대상국 줄일 듯"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이번주 의회에 내기로 돼 있는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또 옐런의 재무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 관찰대상국을 대거 늘린 환율조작 기준 하향조정 조치를 되돌리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관찰대상국 수가 크게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율보고서를 정치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을 비롯한 무역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고서를 활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한 지 5개월여 만인 이듬해 1월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앞두고 꼬리표를 뗀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사이 관찰대상국을 대거 늘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는 베트남과 스위스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인도 등 10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삼았다. 10개국 가운데 8개국이 대미 무역 비중이 높은 아시아지역 나라들이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근거는 1988년에 제정한 '포괄무역·경쟁력강화법'에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환율정책보고서를 제출한다. 재무부는 이때 무역상대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해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 기준은 모두 세 가지다. ①대미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2% 초과 ②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③GDP의 2%를 초과하는 환율 개입(이상 1년간) 등이다.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 2개를 충족하거나 대미 무역흑자 규모와 비중이 과다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미국 정부는 환율조작국에 무역협상 재검토,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정책 감시 강화와 같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 관찰대상국에 대해서는 환율정책 등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다.
소식통들은 옐런의 재무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찰대상국 지정 확대 조치를 원점으로 되돌리면 새 보고서의 관찰대상국이 절반으로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새로운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중국의 환율조작에 대한 우려를 내려 놓은 건 아니다. 미국 재무부 관리들은 중국이 대형 국유은행들을 통해 환율개입을 감추고 있다고 본다.
옐런 장관도 지난 1월 인사 청문회에서 환율조작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다른 나라들의 환율 장난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환율정책을 문제 삼으려면 먼저 트럼프 행정부 때 잃은 환율보고서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스와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때는 환율조작 기준을 즉흥적으로 해석했다며, 미국 재무부가 보다 분별있는 기준으로 보고서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에 낸 마지막 환율보고서에서 스위스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인도를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새로 올렸지만 두 나라 정부는 미국을 무시하고 환율개입 공세를 지속했다고 꼬집었다.
옐런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 내는 이번 반기 보고서는 오는 15일까지 내도록 돼 있는데, 정확히 언제 공개될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