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포트]"따분해서"...부자들이 '슈퍼카'에 꽂힌 이유
지난해 車시장 부진에도 슈퍼럭셔리카 판매 급증 증시 급반등했지만 돈 쓸 일 없어진 부자들 몰려
"40년 경력에 이런 적은 없었다."
미국 뉴욕 중심가에 있는 슈퍼 럭셔리카 전문 딜러숍 맨해튼모터카스 브라이언 밀러 사장의 말이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최고급 브랜드를 취급하는 그는 수억원짜리 자동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했다.
CNN비즈니스는 2일(현지시간)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자동차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슈퍼카 쪽은 사정이 달랐다며, 부자들이 따분해지면서 슈퍼카 판매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밀러 사장은 CNN비즈니스에 현재 재고가 없어 당장 내줄 차가 없다고 했다. 그의 고객들은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수개월 기다리는 게 보통인데, 최근에는 곧장 새 차의 시동을 걸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밀러는 지난해 팬데믹 사태로 급락했던 증시가 급반등한 데 따른 '부의 효과'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여행 등에 돈을 쓰기 어려워진 이들이 슈퍼카 같은 사치품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해진 부자들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 초고가 차량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타이슨 조미니 데이터 분석 부문 부사장은 특히 젊은 부자들이 슈퍼카 붐을 이끌었다며, "오스틴의 부유한 밀레니얼세대 기술인력들이 전형"이라고 전했다.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은 최근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올라 고액연봉의 젊은 기술인력들이 몰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팬데믹 사태 충격으로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10% 줄었다. 조미니는 4분기에는 회복세가 강력했지만,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가격이 8만달러(약 9000만원)가 넘는 고급차는 지난해 4분기 판매대수가 전년동기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10만달러가 넘는 차는 같은 기간 63% 더 팔렸다.
101년 역사를 자랑하는 벤틀리는 지난해 팬데믹 사태로 영국 공장을 7주간 완전히 멈추고, 9주 동안은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춰야 했는데도 2년 연속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판매대수가 1만1206대로 2019년보다 100대 늘었다.
에이드리언 홀마크 벤틀리 CEO(최고경영자)는 CNN비즈니스에 지난해 중국에서 '플라잉 스퍼' 디자인 변경 모델이 큰 인기를 모으며 판매가 50% 늘어난 게 가뭄에 단비였다고 말했다.
벤틀리와 함께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2019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판매기록(7430대, 전년대비 9.5% 감소)을 세웠다.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지난해 4분기 판매는 역대 최대였다며, 오는 9월까지 주문이 꽉찬 상태라고 말했다.
페라리도 지난해 전체로는 판매가 1년 전에 비해 10% 줄었지만, 4분기에는 신기록을 세웠다. 주문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들어오고 있단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판매가 2019년의 역대 최대 기록보다 26% 줄었다. 간판 모델 가운데 하나인 '고스트'의 디자인 변경을 앞두고 생산을 중단한 탓인데, 모회사인 독일 BMW는 올해 고스트 주문이 거의 다 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