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C쇼크' 일파만파...또 화장지 품귀?
컨테이너선 부족사태 해운물류시장 전반으로 번져 세계 최대 화장지 펄프업체 수출 지연 가능성 경고
화장지가 이른바 'C쇼크'의 다음 희생양으로 떠올랐다.
C쇼크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른 컨테이너선 부족 사태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공급망 위기다. 특히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수요가 큰 배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촉매 가운데 하나로 C쇼크를 지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간) 화장지가 C쇼크의 다음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브라질 펄프업체 수자노(Suzano)의 월터 샬케 최고경영자(CEO)는 회견에서 컨테이너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 압박이 브레이크벌크선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선적이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브레이크벌크는 펄프처럼 컨테이너에 싣기 어려울 정도로 큰 화물을 뜻한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펄프 산지로, 수자노는 전 세계 화장지용 펄프 공급량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최대 회사다.
안 그래도 화장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사재기 1순위 생필품으로 떠올라 한동안 공급이 빠듯했다. 한국은 예외였지만 미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화장지 품귀사태가 일어났다.
샬케 CEO는 선적 문제가 화장지 공급난을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장지 생산업체들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펄프 무역에 심각한 혼란이 일어나면 화장지 공급에 다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자노는 이미 이달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샬케 CEO는 일부 물량의 수출을 다음달로 미뤄야 할 판이라고 했다.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화물선 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브레이크벌크선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남미지역에서 브레이크벌크선을 이용해 수출하는 기업들이 같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C쇼크는 식품·농산물 무역에 이미 큰 혼란을 일으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위축됐던 해상 물동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항만 운항은 정체를 빚게 됐고, 해상물류 운임이 치솟았다. 화물 인도 시기는 늦어졌다. 그만큼 가격인상 압력이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샬케 CEO의 경고에 컨테이너 위기가 다른 해운시장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신호 가운데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빠듯한 상황이 지속돼 해상 물류비가 계속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에는 파나마 선적의 길이 400m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했다. 이 사고로 운하 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글로벌 해상물동량은 전체의 10% 안팎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상운임은 물론 항공운임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