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 곧 3~4%, 국채 매도 베팅"...'舊채권왕'의 경고

"파월 인내심 확신 못해"...연준 조기긴축 가능성 제기

2021-03-17     김태연 기자
빌 그로스/사진=블룸버그TV 화면 캡처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공동 설립자인 빌 그로스가 미국 국채시장의 약세를 예상했다. 조만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이유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는 그로스 같은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지만, 그는 선물시장에서 미국 국채 기준물인 10년물에 대해 매도(숏)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한 회견에서 ①상품(원자재) 가격 상승 ②달러 약세 ③경기부양에 따른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봤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은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을 갉아먹는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금리(수익률)는 반대로 오르게 된다. 미국 국채시장의 최근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그로스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에 대해 "현재는 2%를 밑돌지만, 몇 달 뒤에는 2% 아래 있지 않을 것"이라며 "3%, 4%가 머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10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하는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은 이날 2.30%로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로스는 원유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지난해 4월 저점에서 40% 가까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자료=FRED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로스는 파월의 인내심을 확신할 수만은 없다고 봤다. 1960년대 이후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과열을 그냥 두고 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3~4%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3개월, 6개월, 12개월 이어지면 파월이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걸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과열 조짐이 짙어지면 연준이 언제든 조기 통화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그로스는 연초 뉴욕증시에서 논란이 된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의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팔아 1000만달러를 벌었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스톱 콜옵션 매도에 다시 나섰다고 한다. 

현재 210달러 가까이서 거래되는 게임스톱 주가가 그가 매도가격으로 제시한 250달러, 300달러를 넘어서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그로스는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업종에 기대를 걸고 베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스는 핌코에서 세계 최대 채권펀드를 운용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때 '채권왕'(bond king)이라고 불렸다. 2019년 은퇴한 그는 현재 가족 자선단체를 위한 자금을 운용 중이다. '신(新)채권왕' 타이틀은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