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포트]아시아 슈퍼리치들이 '스팩'에 빠진 이유

2021-03-04     김신회 기자
[사진=픽사베이]

아시아 슈퍼리치들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스팩'(SPAC) 붐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이 초저금리 환경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안 투자처로 떠오른 데다, 채권보다 안전한 투자처로도 매력을 뽐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인수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를 말한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목적이다.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등의 활동을 하지 않고 IPO로 조달한 자금이 전부인 회사다. '껍데기 회사'(shell company), '백지수표 회사'(blank check company)라고도 한다.

블룸버그는 4일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의 대부호 가문과 개인 갑부들이 초저금리 환경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스팩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저금리 환경 대안투자처 부상

마카오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의 아들인 로렌스 호 집안의 자산관리업체(패밀리오피스)인 블랙스페이드캐피털의 데니스 탐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지역에서 펀드의 스팩 주식 비중을 높이는 초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투자 기회비용이 낮은 덕분에 스팩시장은 현재 매우 활발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헬스케어업체인 풀러튼헬스의 데이비드 신 공동 창업자 겸 부회장은 "우리는 올해 아시아 투자자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자들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들의 스팩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스팩 한 곳에 투자하고 있다는 신 부회장은 최근 갑부들과 프라이빗뱅킹 자금의 스팩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몇몇 스팩의 경우 유입 자금의 90% 이상이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 갑부들의 자금이었을 정도라고 한다. 

◇디폴트 가능성 낮아..."채권보다 안전해"

스팩은 IPO로 자금을 조달해 보통 2년 안에 비상장 기업을 인수한다. 인수 표적을 찾는 데 실패하면, 투자자들은 선택에 따라 IPO 공모가 기준으로 투자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블랙스페이드캐피털의 탐 CEO는 "이런 면에서 스팩은 채권보다 더 안전해 보일 수 있다"며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위험)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평판이 좋은 거물이나 대형 사모펀드 등이 설립한 스팩에 투자하면 상당히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갑부들이 KKR 같은 대형 사모펀드나 홍콩 최고 재벌 리카싱, 그의 아들인 리처드 리 등을 배경으로 가진 스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 표적 한계, 일반 IPO주보다 낮은 수익률   

스팩 붐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에드워드 오 딜로이트 홍콩 지역 매니징파트너는 스팩 IPO가 늘어날수록 저평가돼 있어 향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인수 표적을 찾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 실패 사례가 늘어나면 스팩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팩이 일반 IPO주보다 수익률이 훨씬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IPO를 한 스팩 313개 가운데 다른 기업을 인수해 상장에 성공한 93곳의 주가를 추적한 결과, 평균 수익률이 -9.6%에 불과했다. 중간 수익률은 -29.1%였다.

같은 기간 IPO를 한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37.2% 올랐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아시아 투자자들을 기반으로 한 스팩 최소 8곳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24억2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11개 스팩이 조달한 22억6000만달러를 훌쩍 웃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