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가팔라진 美수익률 곡선...경기회복 기대+인플레 우려

美국채 5년물-30년물 수익률 차이 2016년 2월 이후 최대

2021-02-04     김태연 기자
[사진=픽사베이]

미국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재정부양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가속 우려가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 주목하는 미국 국채 5년물과 30년물의 수익률(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이날 한때 146.2bp(1.46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16년 2월 이후 최대치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 차이는 지난해 7월 이후 확대 기조가 지속됐다. 금리 차이를 반영하는 수익률 곡선은 7월 이후 대부분 55일, 100일,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았다.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도 1.01%포인트로 2017년 5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CNBC는 전했다.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건 채권시장의 경기전망이 밝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크면 장기 채권 수익률이 올라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으로 가팔라지게 된다. 

반대로 기대치가 낮으면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급기야 수익률 곡선이 뒤집히면 경기침체의 전조가 된다.

미국 국채 5년물-30년물 수익률 곡선[자료=FRED]

미국 정치권에서는 추가 재정부양 규모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대규모 추가 재정부양에 기대가 큰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재정부양안을 제시했는데, 시장에서는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가 이보다 적은 규모의 부양안을 승인할 것으로 본다. 

짐 캐론 모건스탠리인베스트매니지먼트 글로벌 채권팀 글로벌 거시전략 부문 책임자는 추가 재정부양 규모가 1조달러 근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목할 건 경기회복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톰 디 갈로마 시포트글로벌홀딩스 국채 트레이딩·전략 담당 이사는 "추가 재정부양 계획이 세워지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수익률 곡선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금리를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률 곡선의 저점은 사실상 고정돼 있지만, 인플레이션 가속화 우려는 고점에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은 고정수익을 보장하는 채권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제임스 폴슨 로이트홀트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는 CNBC에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6~8%에 이를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도 그 일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강해지면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기업들의 이윤을 쪼그라트려 실적 성장을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지표로 5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하는 5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은 이날 2.30%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터 부크바 브릭클리어드바이저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신경쓰기 시작했느냐가 문제인데, 아직 아닌 게 분명하다"며 "이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와 CNBC가 취합한 경제전문가들의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