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차이나]올해 中IPO 10년래 최대...상장폐지 기준 강화도

커촹반 활약으로 A주 올해 조달액 75조 웃돌아...'1위안 퇴출' 등 상장폐지 기준 강화

2020-12-18     김근정 기자
중국의 한 증권사 객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 위협에도 중국 증시가 올해 10년 만에 최대 기업공개(IPO) 기록을 썼다. 당국이 증시 등 자본시장 개혁에 공을 들인 결과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곳은 주식발행등록제가 적용된 커촹반(科創板)이었다. 커촹반은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린다.

지난 17일 기준 올해 중국 A주 신규 상장사는 366곳, 이들 기업의 IPO 조달자금은 4485억1800만위안(약 75조5700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조달 규모를 훌쩍 넘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203곳 기업이 신규상장해 2532억4800만위안을 조달했다.

올해 모집자금 규모 1위는 532억3000만위안을 조달한 중국 대표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SMIC(中芯國際)가 차지했다. 

2020년 신규 상장사 중 전기기기 제조업체인 궁니우그룹(公牛集團) 등 17곳의 IPO 모집자금이 30억위안(약 5050억원) 이상에 달했다. 지난해 조달액 30억위안 이상 신규 상장사 수가 8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월등한 성적이다. 딜로이트차이나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 흐름은 물론 투자자도 성숙해짐에 따라 2020년 A주가 IPO 수는 물론 조달액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중국 A주 IPO 열기를 부추긴 일등공신은 커촹반이었다. 올해 중국 증시 메인보드, 커촹반, 창업판, 중소판 신규 상장사는 각각 83곳, 135곳, 98곳, 50곳으로 커촹반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커촹판은 중국 최초로 주식발행등록제가 적용된 거래 플랫폼으로 최근 창업판까지 등록제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커촹판과 창업판 신규 상장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17일 기준 2020년 커촹판 신규 상장사의 전체 A주 신규 상장사에서의 비중은 36.89%로 이들 135곳의 기업의 조달액은 총 2127억57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A주 전체 IPO 조달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IPO 조달자금에서 커촹반 비중은 47.44%에 육박했는데 이는 커촹반 신규 상장사의 모집자금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커촹반 신규 상장사 중 조달액 10억위안 이상 기업은 난신제약(南新制藥) 등 54곳에 달했고 이들 기업의 총 조달액은 1645억8700만위안으로 올해 커촹반 신규상장 조달액의 77.35%를 차지했다. 중국 최대 네트워크 보완업체인 치안신(奇安信), 코로나 백신 관련 바이오업체인 캉시눠(康希諾) 등의 조달액이 50억위안을 넘었고 앞서 언급한 올해 IPO 조달액 1위에 오른 SMIC도 커촹반에 둥지를 틀었다. SMIC는 올해 커촹반에서 유일하개 100억위안을 웃도는 거액 조달에 성공한 기업이기도 하다. 

커촹판 외 메인보드, 창업판, 중소판 상장 모집자금 규모는 각각 1173억6700만위안, 834억8500만위안, 349억9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모집자금 규모가 100억위안(약 1조6800억원)을 넘은 기업은 SMIC 외에 징후고속철, 중국 식용유업계 거물 기업인 진룽위(金龍魚), 중국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 등 3곳이 더 있었다. 징후고속철은 중국 수도인 베이징과 경제도시 상하이를 잇는 고속철 건설 및 운영을 맡고 있는 업체다. 이들 기업의 IPO 조달액은 각각 306억7400만위안, 139억3300만위안, 131억9800만위안이었다. 

하지만 조달액이 5억위안을 밑도는 기업도 꽤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계측장비 생산업체인 화성창(華盛昌) 등 127개 신규 상장사 조달액이 5억위안을 밑돌아 전체 신규 상장사의 34.7%에 달했다. 딜로이트차이나 관계자는 "내년에 A주 IPO 대부분이 중소규모가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각 시장의 신규 상장사 수는 물론 전체 모집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시장 퇴출도 속도, 상장폐지 기준 강화

올해 중국 IPO 시장이 역대급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최근 당국이 한층 낮아진 상장폐지 기준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주식발행등록제 실시 등으로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원활한 퇴출로 전체 시장 건전성을 높이고 상장사 우량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 14일 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는 엄격한 상장폐지제도 운영을 위해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상장폐지 규정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에 돌입했다. 

중국은 과거 주식발행등록제 개혁 추진과 동시에 상장폐지 제도에도 계속 손을 대왔다. 당국은 이번에 '1위안 퇴출'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상장사에 한층 엄격한 잣대를 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주가가 20거래일 연속 1위안을 밑돌면 퇴출 대상이 된다는 것으로 기존보다 대상범위를 확대해 상장퇴출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또, 2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이 3억위안(약 505억원)을 밑돌아도 상장폐지 대상이다. 또 재무관련 상장폐지 기준의 경우 영업활동 외 수익인 비경상적 수익을 제외하기 전후 순손실 상태이면서 매출 1억위안 미만인 기업을 퇴출 대상으로 삼았다. 

이 외에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2년 연속 허위로 부풀린 순익 혹은 매출액이 매년 공시 순익 및 매출 평균의 100%를 넘거나 3년 연속 부풀린 액수가 당해 연도 공시 순자산의 50%를 초과할 경우, 또 3년 연속 허위 공개 금액이 10억위안이 넘을 경우 중대한 공시 규정 위반으로 여겨져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고 명시했다.

둥덩신(董登新) 우한과학기술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은 "새롭게 등장힌 '1위안 퇴출' 기준은 아주 중요한 변화로 통상적 국제 기준에도 훨씬 부합하는 것"이라면서 "또, 새로운 상장폐지 규정은 과거 추상적으로 제시됐던 중대 규정위반 관련 퇴출 대상을 한층 구체적으로 명시해 시장 단속 역량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상장사의 재무제표 조작 행위에 강한 경고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도 보였다. 

하지만 '강화'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큰 효력이 없는 느슨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2020년 3분기 기준 매출이 1억위안을 밑돌고 비경상 손익 공제 전후 순손실 상태인 기업은 이미 퇴출 경고를 받았다고 할 수 있는 'ST종목'과 '*ST종목'을 제외하면 55개 정도에 불과하다. ST 종목은 특별관리대상으로 최근 2년 회계연도 심사 결과 손실 기록하고 최근 1년 회계연도 심사 결과 주주 투자수익이 기업 등록자본 규모를 밑도는 등 재정상황이 악화된 경우 보통 ST 종목으로 지정된다. 

중국의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상장폐지 규정에서 분식회계와 관련해 3년 연속 실질 순익을 100% 이상 부풀리면 퇴출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상장폐지 대상 기준이 너무 낮아 오히려 재무제표 조작을 하려는 이들이 마음을 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