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범죄자룩”…불똥튄 '아이더‧휠라'의 고민
“아니 왜 하필 저희 브랜드 옷을 입고 나왔는지…”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가 조두순 패딩 꼬리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조두순이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를 빠져나올 때 입은 카키색 롱패딩이 아이더 패딩으로 알려지면서다. 출소 장면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해당 브랜드 로고가 그대로 노출되자 아이더는 입장문을 내고 즉각 유감을 표했다.
◇‘조두순 아이더’, ‘조주빈 휠라’… “모자이크해달라”
아이더는 “끔찍한 아동 성범죄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조두순이 아이더 패딩을 입은 채 출소했다”며 “국민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당사는 이번 일로 깊은 유감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브랜드 로고를 자르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네티즌 반응은 엇갈렸다. “같은 아이더 패딩 있는데 못 입겠다”, “한방에 범죄자룩 등극”, “아이더 이미지 어쩌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아이더가 뭔 죄냐”, “입으라고 준것도 아닌데 당황스럽겠다” 등의 우려섞인 의견도 있었다.
지난 3월 브랜드 휠라도 비슷한 입장에 처한 적이 있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입고 나온 버건디색 맨투맨 티셔츠가 휠라 제품으로 공개돼서다. 티셔츠 중앙엔 보라색 영문으로 ‘FILA’(휠라)라는 로고가 선명했다. 조주빈 패션은 그의 검찰 송치와 함께 연일 뉴스거리가 됐다.
당시 휠라 코리아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휠라 제품 착용 후 포토라인에 섰다”며 “주 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온 저희 휠라는 더욱 깊은 유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신창원‧린다김 때와는 달라… 블레임룩도 ‘급’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의 패션에 대중이 관심을 갖거나 유행이 되는 것을 이른바 블래임룩(Blame Look)이라고 부른다. 사건 자체의 화제성이 클수록 블레임룩에 대한 관심도는 더 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거 블레임룩과 최근 블레임룩 양상은 다르게 흘러간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블레임룩이 공개되면 자연스러운 홍보에 대박 매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은근히 반기는 브랜드가 많았다. 돈 한푼 쓰지 않고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브랜드 입장에선 블레임룩이 화제가 될 때마다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사건에 연루돼 걱정이지만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요인이 커서다.
잘 팔린 제품의 대표 블레임룩은 탈옥수 신창원이다.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될 때 입었던 화려한 색상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소니'의 티셔츠는 동대문 의류 시장 등에서 복제품이 대량 생산돼 판매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신창원이 입은 제품도 모조품으로 알려졌다.
악명을 타고 명품브랜드가 급성장한 사례는 또 있다. 과거 학력위조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신정아의 알렉산더 매퀸 티셔츠는 생소했던 브랜드를 단기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가 입던 돌체앤가바나 재킷과 버버리 데님 청바지 역시 주문이 밀리면서 ‘완판 효과’를 봤다.
2000년에는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검찰 소환 당시 썼던 에스까다 선글라스도 ‘린다김 브랜드’라는 별칭까지 생기며 여성들의 집중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브랜드들은 블레임룩이 공개될 때마다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레임룩으로 공개돼 혹시나 모를 매출 증가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요즘 브랜드는 반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더, 휠라 등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로고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하고 입장문을 표명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객과의 소통, 스토리텔링을 중시하고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후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범죄자가 입던 그 옷’ 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리면 해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는 수십년 아니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 브랜드가 이걸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